
네 가지 종류의 의사(醫師) – 신의(神醫), 성의(聖醫), 공의(工醫), 교의(巧醫) 중 관용찰색(觀容察色)만으로 진단(診斷)을 내릴 수 있는 의사(醫師)를 신(神)이나 성인(聖人)이라고 한 것은 일종의 역설적 표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의사(醫師)는 모름지기 세밀한 진찰(診察)을 통하여 병(病)을 가려내는 공의(工醫) 또는 교의(巧醫)가 되어야 한다고 풀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의사(醫師)를 공(工)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많으며 “上工治未病 : 훌륭한 의사(上工)는 병(病)이 나기 전에 미리 고치고 하공(下工)은 생긴 병(病)이나 고친다.”의 뜻이 된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고 하여 공(工)을 밑에 두는 사상이 동양의 관념철학(觀念哲學)에서 생겨나 기술자나 명공(名工), 장인(匠人)들을 천대하였다.
공(工)이나 교(巧)는 이를테면 오늘날의 과학 기술자라고 할 수 있으니 의사(醫師)는 문진(問診) 잘하고 진맥(診脈) 잘하는 공의(工醫) 또는 교의(巧醫)가 되라는 것은 요즘 표현으로 한다면 과학적 의학자가 되라는 것 아닐까?
의(醫)가 공(工) 또는 교(巧)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쓰라린 과거를 우리 역사는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나라 최고의 의학자라고 할 수 있는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저자인 허준(許浚)이 공(功)이 크다하여 숭록대부(崇祿大夫)라는 자리를 받았으나 “중인(中人) 출신에서 당상관(堂上官)의 벼슬이 당치 않다.”는 반대에 부딪쳐 취소되기도 하였다.
망진(望診)만 하고도 병(病)을 알아내는 사람을 신(神)이라고 한 데는 역설 이상의 심오한 뜻도 또한 포함되어 있다.
요즘 아무리 진찰(診察)법이 발달되었다 하더라도 모든 과학적 소견을 종합하여 최종 판단을 내리는 데는 역시 의사(醫師)의 노련한 직관(直觀)의 힘이 필요하다.
인체(人體)의 복잡한 생명 현상을 인자(因子) 분석을 통하여 패턴 인식을 하는 데는 아직 직관(直觀)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요즘 점차 그와 같은 명의(名醫)가 없어져 가고 또한 생길 수 없는 풍토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과학화의 결과라고 기뻐할 수도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일반 시민들이 매스컴에 나타난 통속 토막지식을 통하여 모두 신의(神醫)가 되어 전문가의 진찰(診察)도 없이 자기는 이런 병(病)이겠지 지레 집착하는 풍조도 또한 걱정스럽다고 아니할 수 없다.
한의학(韓醫學)의 고전(古典)인 상한론(傷寒論)을 들춰보면 “요즘 의사(醫師)들은 연구는 하지 않고 옛날 그대로를 비방(祕方)이니 뭐니 하면서 진찰(診察)은 소홀히 하고 주로 입으로만 떠들어댄다.”는 뜻의 구절이 있는데 이미 2천년 가까운 옛날에도 그런 뼈아픈 이야기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결국 병(病)을 다스리려면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

‘凡治疾者 先知脈之虛實 氣之所結 然後爲之方 故疾可愈而壽可長也’
먼저 맥(脈)의 허실(虛實)과 기(氣)의 막힘을 알고 난 연후에 약(藥)을 써야만 병(病)도 빨리 낫고 장수(長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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