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읽어 내려가노라면 소설처럼 재미나는 대목도 있다.
‘寡婦師尼之病異乎妻妾’
과부(寡婦)나 여승(女僧)의 병(病)은 보통 여염집 부녀자(婦女子)의 병(病)과는 다르다.
송나라의 저징(褚澄)이라는 명의(名醫)는 과부(寡婦)와 여승(女僧)의 병(病)을 다스리는 약방문은 보통 사람의 것과는 달라야 한다고 하였는데, 과연 합당한 말이다.
이 두 종류의 여인(女人)은 언제나 홀로 살기 때문에 독음무양(獨陰無陽, 음(陰)만 있고, 양(陽)이 없음)이니 정욕(情慾)이 움직여도 풀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체내(體內)에서 음(陰)과 양(陽)이 서로 다투어 때로는 한기(寒氣)가 드는가 하면 또 때로는 열기(熱氣)가 올라서 마치 학질(瘧疾)이나 열병(熱病)처럼 되고 오래되면 허로증(虛勞症)이 된다.
사기(史記)에 씌어 있기를, 한나라 때 명의(名醫)인 창공(倉公)이 어느 미혼녀(未婚女)의 병(病)을 보는데 허리가 아프고 등이 으스스 춥고 열(熱)이 나는 것을 딴 의사(醫師)들은 모두 한열병(寒熱病)이라고 하여 다스려도 효험이 없는 것을 창공(倉公)이 가로되 “이 병(病)은 남자(男子)를 원하면서도 얻지 못하는 데서 생긴 병(病)이다.”고 하였다.

“남자(男子)는 정(精), 여자(女子)는 혈(血)을 위주로 하여, 남자(男子)의 정력(精力)이 왕성해지면 자연히 여자(女子) 생각을 하게 되고, 여자(女子)의 혈기(血氣)가 왕성해지면 임신(妊娠)하기를 원하게 되는데, 이러한 증상들은 맥(脈)을 짚어보면 알 수 있도다, 과부(寡婦)와 여승(女僧)이 욕망(欲望)을 억누르면 병(病)이 생기는데 그 증상은 찬바람을 싫어하며 몸이 노곤하고 추웠다 더웠다 하며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답답하며 때로는 식은땀을 흘린다. 매일 오전 중에는 정신(精神)이 산란하고 밝은 것 보기가 싫고 사람의 소리조차 귀찮고 오후에는 반드시 머리가 혼미하며 배가 아프고 놀라기를 잘하며 일을 하거나 월경(月經)이 있을 때는 증세가 더욱 심해지니 이는 뜻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라 혹은 속에서 정사(情事)를 하는가 하면 때로는 혼자 웃었다 울었다 한다.”
이런 식으로 히스테리(hysteria) 증상을 장황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증상들에 대한 약방문(藥方文)을 내걸고 있는데 과연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는 임상가(臨床家)의 연구가 나와야 알 수 있겠다.

“시호억간탕(柴胡抑肝湯) : 과부(寡婦)가 독음(獨陰)에 양(陽)이 없어 욕정(慾情)이 동(動)해도 이룰 수가 없으면 한열(寒熱)이 학질(瘧疾)처럼 나타나는 증세에 사용한다.”
“부용산(芙蓉散) : 남자(男子)가 실처(室妻)가 없고 여자(女子)가 남편이 없어 욕망(欲望)이 화(火)를 발동시켜 가슴이 아프고 땀이 흐르고 얼굴이 벌게지며 가슴이 뛰는 증을 다스린다.”
“여자(女子)의 병(病)이 남자(男子)의 병(病)보다 10배나 더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그 기욕(嗜慾)이 남자(男子)보다 많고 병(病)에 대하여 예민하기가 남자(男子)의 갑절이 되며 질투, 근심, 걱정, 노여움, 그리움, 사랑과 미움 등의 감정이 다정다감하고 뿌리 깊이 스스로 억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병(病)이 깊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섬세한 관찰은 옛날이라고 하여 우습게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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