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정이미(補精以味)라는 말이 있다.
한의학(韓醫學)에서 정(精)이니 미(味)니 하는 개념이 아주 함축성 있는 표현이어서 장황한 주석이 필요하나 여기서는 우선 통속적으로 “정력(精力)은 음식물(飮食物)로 보완해야 한다.”는 정도로 하여 놓아도 크게 망발은 아닐 성싶다.
“무슨 보(補), 무슨 보(補)해도 식보(食補)가 제일이다.”라는 속담과도 비슷한 뜻이다.
“정(精)은 곡식(穀食)에서 생긴다. 정(精)이 부족한 사람은 음식물(飮食物)로써 이를 보(補)한다. 그러나 고량진미(膏粱珍味)는 정(精)을 생성할 수 없고 오로지 담백(淡白)한 음식(飮食)이라야 한다.”
결국 요즘 말하는 자연식(自然食)이 제일 건강(健康)에 좋다는 뜻이 된다.
또 식료치병(食療治病)이라는 구절을 보면 “의사(醫師)는 먼저 병(病)의 원인을 밝혀내고 병(病)이 침범하고 있는 곳을 안 다음 음식물(飮食物)로써 병(病)을 치료(治療)한다. 만약 식이요법(食餌療法)으로 낫지 않을 경우에는 약(藥)을 사용한다. 이와 같은 치료법(治療法)이 비단 노인이나 소아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잘 먹는 사람이나 빈곤해서 못 먹는 사람이나 모두 적용되는 것이다.”
영양실조(營養失調)라는 것은 영양부족(營養不足)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영양과다(營養過多)로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 현대의학에서도 문제시되고 있다.
못 먹어서 영양불량(營養不良)된 사람이 음식(飮食) 대신에 영양제(營養劑)라는 것에 돈을 낭비한다는 것은 비참한 일이고 또 그 반면에 지나친 영양섭취(營養攝取)로 이상비만증(異常肥滿症)이니 당뇨병(糖尿病)이니 고혈압(高血壓)이니 하는 것도 또한 우스운 일이다.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 와서 거기서 출판된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사오지 못했음을 한탄한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이 그의 한문소설 민옹전(閔翁傳)에 이런 대목을 쓰고 있다.
“어떤 사람이 장수(長壽)하겠다고 보약(補藥)이라는 복령(茯苓), 인삼(人蔘), 구기(拘杞) 같은 것만 먹으면서 밥을 먹지 않았더니 백일 만에 기진맥진 죽게 되었는데 이웃집 노파가 와서 보고 탄식하여 말했다. ‘그대의 병(病)은 굶주린 병(病)이다. 옛날 신농씨(神農氏)가 백 가지 풀을 맛보아 오곡(五穀)을 삼기 시작하였는데 약(藥)은 병(病)을 고치고 음식(飮食)은 굶주림을 고치는 것인즉 그대의 병(病)도 오곡(五穀)이 아니고는 고칠 수 없네.’ 그제야 기름진 쌀밥을 지어 먹었더니 죽기를 면했다.”

불사약(不死藥)치고 밥만 한 것이 없으며 아침, 저녁으로 밥만 한 그릇씩 먹고도 70여년을 살았노라고 작중의 주인공인 민영감이 익살을 부린다.
이런 것을 보면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음식물(飮食物)을 제쳐놓고 보약(補藥) 먹기 좋아하던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며 옛날은 과학이 발달되지 못해 그랬었다손 치더라도 요즘은 무엇 때문에 그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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