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는 점잖은 집 규수들이 지켜야 할 내훈(內訓)의 한 조목에 이런 것이 있었다고 한다.
‘婦容 不必顔色美麗也 盥浣塵埃 服飾鮮潔 沐浴以時 身不垢辱 是謂婦容’
부녀자(婦女子)의 미용(美容)은 반드시 얼굴이 미인(美人)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 그저 깨끗이 씻고 청결한 옷치장으로 목욕(沐浴)을 자주하여 몸에 때가 없는 것이 바로 여자의 몸치장이니라.
그러나 현실은 그럴 수만도 없어서 여자들은 옷치레 얼굴 화장(化粧)을 생명처럼 소중한 것으로 여겨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화장품(化粧品)의 역사가 꽤 오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옛날에는 그와 같은 화장품(化粧品)이 주로 천연물인 색소(色素)나 향료(香料)이었을 것이 추측되는데, 최신 과학을 자랑하는 오늘날에도 가장 고귀한 향수(香水)는 천연 화향(花香)으로 만들어야 하고 사향(麝香)노루의 배꼽 분비선인 사향(麝香)이 귀중함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인공으로 합성된 사향(麝香)도 있기는 하지만 천연물에 비하면 어림도 없다.
그러나 요새처럼 비누도 없고 중성세제로 된 샴푸도 없었던 옛날에 무엇으로 세수를 하였으며 어떻게 머리를 가꾸었을까 하는 것은 궁금한 일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의 화장(化粧)관계 처방을 몇 가지 읽어 보면 다음과 같다.
서시옥용산(西施玉容散) : 녹두분(綠豆粉) 80g, 백지(白芷) 백급(白芨) 백렴(白斂) 백강잠(白殭蠶) 백부자(白附子) 천화분(天花粉) 각 40g, 감송(甘松) 삼내자(三乃子) 모향(茅香) 각 20g, 영능향(零陵香) 방풍(防風) 고본(藁本) 각 10g, 비조각(肥皂角) 2개를 합쳐서 고운 가루로 만들어 얼굴 씻을 때 가루비누처럼 사용하면 얼굴이 옥(玉)처럼 예뻐진다.
예전부터 녹두(綠豆)나 팥가루로 얼굴을 씻는다던 말이 있었다.
비조각(肥皂角)은 주염나무의 열매 또는 가시이며 사포닌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탓으로 물과 같이 비비면 비누처럼 거품이 생겨 옛날은 고사하고 일제강점기 말기에 비누가 귀할 때에 세탁용으로 사용한 적도 있다고 한다.
향비조(香肥皂, 향수비누) : 침향(沈香) 백단(白檀) 정향(丁香) 영능향(零陵香) 삼내자(三乃子) 각 40g, 소뇌(小腦) 12g, 사향(麝香) 4g을 가루로 만들어 이에 조각말(皂角末) 200g, 흑설탕 80g을 합쳐서 불에 녹여서 반죽한 것을 환(丸)으로 만들어 세수(洗手)나 목욕(沐浴)할 때 사용하며 속칭 향비로(香飛露)라고도 한다.
말만 들어도 향긋한 침향(沈香)이니 정향(丁香)이니 영능향(零陵香)이니 사향(麝香)이니 하는 향료(香料)의 냄새가 아련하게 몸에 풍기던 옛날 미인(美人)은 생각만 하여도 로맨틱하지 않은가?
오늘날 피부(皮膚)를 탈색하여 희게 한다는 수은(水銀)이 들어 있는 크림이 있고, 옛날에는 얼굴을 희게 하는 처방에 경분(輕粉)이 들어 있는데,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그 처방이 없는 것으로 보면 그 때 벌써 수은중독(水銀中毒)의 무서움을 알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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