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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칼럼

몽정(夢精)은 독에 담긴 물

by 예당한의원 2025.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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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가 침대에 앉아서 덮고 있던 이불을 들어 올려, 밤새 몽정을 한 것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것을 그린 그림 사진
몽정

 자연과학(自然科學)에서는 사물의 이치를 사색하는 데 있어서 유추(類推)를 사용하여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로 비유해서 생각하는 것을 위태로운 짓이라고 하여 배격하여 왔다.

 

 그러나 요즘 와서는 어떤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을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머릿속에 눈앞에 보이는 양 모델을 상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점차 유추법(類推法)이 활발해지고 있음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가령 심장(心臟)이 박동하는 생리를 예로 든다면, 심장(心臟)을 자동차 엔진이라 보고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는 휘발유와 윤활유의 공급이 순조로워야 하고, 스파크 장치의 전류 조절이 정확해야 하듯이 심장(心臟)의 박동이 정상적이기 위해서는 전류 스파크 장치에 해당되는 심장(心臟) 자율신경(自律神經)의 조절이 정확해야 한다.

 

 그와 같은 신경(神經) 조절에 고장이 생겼을 때에 그것을 정상화시켜 주는 물질이 강심제(强心劑)이다.

 

 이런 식으로 모형적으로 생각하면 심장(心臟) 생리를 눈앞에 보듯이 여실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은가?

 

 동양적 사고방식은 옛날부터 이와 같은 유추법(類推法)을 가장 큰 무기로 삼고 있다.

 

중국의 옛 성인 중에서 한 명인 장자가 지팡이를 들고 도포를 입고 있는 것을 그린 이미지 그림 사진
장자

 어느 정도 사실인지는 몰라도 일본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유가와(湯川)가 중간자(中間子) 이론을 착상할 때 장자(莊子)의 호접몽(胡蝶夢)의 비유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것도 그럴싸하게 들린다.

 

 한의학(韓醫學)에서는 모든 건강(健康)의 근본을 성욕(性慾)의 절제(節制)에 두고 정액(精液)이야말로 가장 소중히 간직하고 헛되이 낭비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 중에서 성신경쇠약(性神經衰弱)에 의한 몽설(夢泄), 유정(遺精) 등을 중요시하여 치료법을 기재한 대목이 많은 중, 왜 그와 같은 병적 현상이 일어나는가를 설명하는 가운데 독에 담긴 물로써 비유한 것이 퍽 재미있다.

 

오줌을 싼 어린 아이가 엄마에게 입고 있던 팬티를 들고 와서 몽정을 했다고 하나, 엄마는 몽정이 아니라는 것을 그린 그림
오줌싸개

 ‘몽정(夢精), 유정(遺精)의 원인에 세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독에 물이 철철 넘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경우가 있고, 또 하나는 독이 기울어져서 물이 쏟아지는 경우요, 마지막 경우는 독이 깨어져서 물이 새어나오는 경우라고 하였다. 첫 번째 경우는 구태여 약()을 쓸 필요가 없고 흘러나오지 않게 막는 약()을 쓸수록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경우는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경증(輕症)이므로 신경진정제(神經鎭靜劑) 등의 화평(和平)한 약()을 쓰면 된다. 세 번째 경우처럼 독 자체가 깨어진 것은 그야말로 크게 허()한 증세에 속하니 속히 보()하지 않으면 밑천마저 송두리째 없어질 우려가 있다.’

 

 같은 몽정(夢精) 현상일지라도 이와 같이 정반대의 원인에 의하여 생기는 것이므로 어찌 원인을 모르고 끝만 다스려서 병()을 고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이와 같이 근본을 따져서 병()을 다스려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오늘 날에도 역시 소중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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