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허황한 기재가 없는 것이 특색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경옥고(瓊玉膏)의 효능에 360세를 사느니 500세를 사느니 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뿐인가?

연령고본단(延齡固本丹)이라는 보약(補藥)의 처방을 보면 그 효능에 “모든 허(許)한 것과 백 가지 모자라는 것과 중년(中年)의 양사불기(陽事不起)와 50세 전의 백발(白髮)에 먹으면 보름 만에 양사(陽事)가 웅장해지고 얼굴빛이 홍안(紅顔)소년처럼 되고 10리 밖을 내다볼 수 있으며 석 달이 되면 백발(白髮)이 검어지고”라든지 “반룡환(斑龍丸)을 계속 먹으면 연년익수(延年益壽)하는데 촉(蜀)나라의 한 노인이 이 약(藥)을 복용하고 380세를 넘겨 살았다는 전설이 있다.”는 표현이 있는가 하면 “하령만수단(遐齡萬壽丹)을 상복하면 수(壽)가 천지와 더불어 무궁하다.” 등등의 백발 3천장식의 표현이 있다.
또 약(藥)을 만들 때에도 거드름을 피워 “여자, 상주, 닭, 개 등이 보지 못하게 해야 하며”, “환약(丸藥)을 만들 때 하늘을 보지 말아야 하며”, “낮이면 햇볕을 쬐고 밤이면 달빛을 받게 하여 자연적으로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등의 표현을 보약(補藥)에 한해서 볼 수 있다.
그것은 보건강장제(保健强壯劑)라는 것이 원래 믿고 마셔야 효과가 나타나는 플라세보(placebo)의 역할을 하는 약(藥)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오늘날 과학시대에도 복잡한 생화학(生化學) 또는 약리작용(藥理作用) 등 거창한 과학적 이론을 내세운 약(藥)이 많지만 결국은 믿고 마시는 약(藥)이 적지 않게 많다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한쪽에서 강장제(强壯劑)라고 하는 것을 다른 한쪽에서는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고, 한쪽에서는 굉장한 약(藥)이라는 것도 다른 한쪽에서는 문제는 아니 삼는 것이 얼마든지 있다.
직접적인 약리작용(藥理作用)을 나타내는 화학요법제(化學療法劑)나 약리학(藥理學)적인 제제(製劑)에는 그런 현상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보약(補藥)이라는 것은 꽤 유머러스하고 애교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어 동서고금의 약물학(藥物學) 책을 뒤적일 때마다 어디서나 찾아낼 수 있어 재미있다.
그러므로 보약(補藥)을 이런 정도로 너그럽게 이해하면서 사용하면 생활을 윤택하게도 할 수 있는 반면에 한 가지 주의할 사실은 약(藥)이 좋다고 지나치게 사용하다가는 “위기(胃氣)를 상(傷)하게 되는 것”을 크게 경계하고 있음을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뚜렷이 찾아볼 수 있다.
“잡병(雜病)을 다스릴 때에는 먼저 위기(胃氣)를 조양(調養)한 다음에” 약(藥)을 써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무슨 보(補) 무슨 보(補)해도 결국 식보(食補)가 제일이라는 이치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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