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동봉(童奉)’이라는 명의(名醫)가 있었다.
그는 단순한 의사가 아니라 인술(仁術)을 베풀던 훌륭한 분이였다.
그래서 치료비를 받는 대신 집집마다 살구나무 한 그루씩을 심게 했다.
어느덧 세월이 흐르자 집집마다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게 되었고, 마을 마을마다 살구 열매가 탐스럽게 열렸다고 한다.
그 후로 그 인근 마을까지 질병 없이 잘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도 ‘동봉(童奉)’의 살구나무 숲을 기리는 뜻에서 인술(仁術)을 베푸는 의사를 ‘행림(杏林)’이라 부르고 있다.
그래서 동양에선 ‘살구나무 숲이 있는 곳에는 염병(染病)이 돌지 않는다.’는 말이 떠돌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살구는 전염병(傳染病)을 예방하는 효과가 대단하다고 한다.
그래서 한식(寒食)이나 단오(端午)날이면 살구씨를 넣은 엿과 보리 엿기름으로 짠 젖 같은 것을 먹어왔다.
이규보(李奎報)의 시에도 이런 구절이 있다.
‘동지(冬至)로부터 105일 되는 이 날... 친우(親友)는 오지 않고... 매어단 그네 줄에 석양(夕陽)이 지네... 행당(杏餳)과 맥락(麥酪)은 모두 소용없어... 오직 배꽃을 마주하고 한 잔 마시네...’
이 시에 나오는 ‘행당(杏餳)’이 살구 씨를 넣은 엿이요, ‘맥락(麥酪)’이 보리 엿기름으로 짠 젖 같은 음식이다.
해독(解毒), 호흡기(呼吸器) 기능강화, 비위장(脾胃腸) 소화기(消化器) 기능촉진 등의 효능이 있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살구는 비타민-A가 풍부하고 단맛을 내는 포도당(葡萄糖), 과당(果糖) 등의 당질(糖質)과 신맛을 내는 사과산(沙果酸), 구연산(枸櫞酸) 등의 유기산(有機酸)이 많이 들어 있어서 피로(疲勞)를 회복시키는데 큰 효과를 낸다.
또한 신진대사(新陳代謝)를 왕성하게 촉진하며, 여름철 체력을 보강한다.
폐(肺)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으며, 가래를 없애고 기침을 다스린다.
또 우리 몸속에 있는 수분의 균형을 잡아주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수분대사(水分代謝)가 덜 되어 소위 ‘수독(水毒)’이라는 것이 생겨서 눈 밑이 거무스름해지거나 목이 타거나 변비(便祕), 설사(泄瀉)를 번갈아 하거나 걸핏하면 잘 붓는 데에도 좋다.
또 살구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작용이 강하여 심한 냉증(冷症)도 다스려 준다.
물론 새콤달콤한 맛이 있어서 식욕(食慾)도 좋게 한다.
따라서 살구술을 빚어 수시로 마시면 좋다.
잘 익어 선명한 오렌지색을 띠고 있으면서 물러지거나 흠집이 나지 않은 것을 골라 씨를 빼지 말고 깨끗이 씻은 것을 물기를 닦아내고 그늘진 곳에서 하룻밤 정도 꾸들꾸들하게 말린 다음, 살구 600g당 소주 1.8ℓ의 비율로 담가, 밀폐한 후 서늘한 곳에서 3개월 정도 숙성시킨다.
숙성되면 열매를 건져내지 말고, 술만 20㎖씩 따라서 하루에 1~2잔씩 식전에 반주(飯酒)로 마시면 된다.
살구술을 담글 때 열매를 건져내지 않고 술만 따라 마시는 것은 맛과 향을 더 어우러지게 하려는 의도이고, 살구술을 담글 때 씨를 빼지 않는 것은 약효를 늘리려는 의도이다.
그만큼 살구씨도 약효가 대단하다는 얘기다.
연육(軟肉)의 역할까지 하기 때문에 육류(肉類) 요리를 할 때 살구씨를 넣으면 고기가 연해지고 부드러워지고 소화(消化)가 잘 된다
유럽에서도 스테이크 요리를 할 때면 살구씨를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안데르센의 동화 중 ‘성냥팔이 소녀’에는 성냥팔이 소녀가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나머지 성냥 한 개비를 켜서 몸을 녹인다.
그러면서 그 성냥불 밑에서 환상을 보게 된다.
거위 통구이 요리를 불빛 속에서 보게 되는 것이다.
포크가 꽂힌 거위 통구이, 그 통구이는 살구를 넣어 요리한 것이었는데, 그만큼 유럽에서는 육류 요리에 살구와 살구씨를 많이 쓰고 있다.
감기 몸살로 목이 아프거나 쉬었을 때는 살구씨 속을 찧어서 쑨 죽을 먹으면 좋다.
그러니까 쌀 반 컵 불린 것에 살구씨 7알을 씻어 믹서에 곱게 갈아 죽을 쑨 후 소금으로 간을 맞춰 먹으면 된다.
또한 살구씨는 대단한 항암제(抗癌劑)이기도 해서 씨를 볶아 기름을 짜서 소량씩 복용하는 것도 좋고, 예방 겸 보건을 위해서는 살구씨 술도 좋다.
물론 살구씨는 미용(美容)에도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살구씨 기름에는 미백(美白)효과가 있어 피부(皮膚)를 맑고 희게 해준다고 했다.
기름을 짜서 잘 여과한 후 외용하면, 기미가 없어진다.
부스럼이나 여드름도 없어지고,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것도 개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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