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韓藥) 달이는 데 무슨 특별한 기술이 있어야 되는 걸로 생각하여, 미리부터 겁을 내는 사람이 더러 있는 것 같다.
한약(韓藥) 달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라면 끓이는 것과 비슷하다.
국 끓이듯이 물 붓고 좀 끓여서 국물만 마시면 된다.
한약(韓藥) 달일 줄 모르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다.
첫째, 달이는 그릇은 무엇이든 상관없다.
꼭 약탕기(藥湯器)에 달여야 되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 쇠에 달이지 말라고 한 것은 쇠에 반응하는 약(藥)이 있기 때문이고, 요즘은 다 잡철(합금)이지 무쇠 그릇은 쓰지 않으니 상관없다.
알루미늄 냄비든, 스테인리스 냄비든, 코팅된 냄비든, 순두부찌개 뚝배기든, 유리 주전자든 음식 만드는 그릇은 전부 한약(韓藥)을 달여도 된다.
바닥만 좀 좁으면 그만이다.
바닥이 넓으면 약이 물위로 나와 덜 달여지기 때문이다.
그 중에 알루미늄 그릇이 좀 약한 편이어서, 보통 약(藥)은 괜찮으나, 녹각(鹿角)을 많이 넣고 여러 시간 달이면 그릇이 좀 삭는다.
둘째, 연탄불이나 숯불에 달여야지 가스불에 달이면 안 되는 줄로 아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은 가스불만큼 약(藥)을 달이기 좋은 것도 없다.
물 붓고 약(藥)이 끓을 때까지는 센 불에 달여도 상관이 없고, 일단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줄여 약(藥)이 살금살금 끓도록 해서 달이면 된다.
그러므로 불 조절하기 어려운 연탄불보다 요즘 많이 쓰는 가스불이 훨씬 낫다.
셋째, 달이는 시간 또한 오래 걸리지 않는다.
대개 한약재(韓藥材)가 잘 우러나도록 미리 잘게 썰어 놓기 때문에, 급할 때는 20~30분만 달여도 대충 우러난다.
권하기로는 1~2시간이 제일 좋다.
오래 끓일수록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데, 뿌리 종류는 오래 달이면 조금 더 우러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처방에 향기(香氣)가 많은 약재들이 있기 마련이고, 이런 약재(藥材)는 오래 달일수록 냄새가 달아나서 약 효력이 줄어든다.
넷째, 재탕(再湯)은 안 해도 된다.
이미 초탕(初湯)에 우러날 만큼 우러났기 때문에, 아무 연고도 없고 아픈데도 없이 그저 단순한 보약(補藥)으로 시름시름 먹는다면 재탕(再湯)을 해도 좋겠지만, 병(病) 치료(治療)를 위해서는 재탕(再湯)은 생략하고 초탕(初湯)만 복용한다.
수정과(水正果) 만들 때, 계피(桂皮)를 한 시간쯤 달여 첫물을 받아내고 다시 물 붓고 달이면, 색(色)은 첫물처럼 거무스름하니 꼭 잘 우러난 것 같으나, 맛을 보면 단 맛과 향은 하나도 없고 떫은 맛뿐이다.
그래도 정 아깝다고 생각되는 분은, 약(藥) 달이기 전에 미리 물을 붓고 좀 불려 놓았다가 끓이면 더 잘 우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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