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나라의 추석(秋夕)은 그야말로 천하일품(天下一品)이다.
천고마비(天高馬肥)하고 오곡백과(五穀百果)가 무르익으니, 이 아니 좋은 계절인가?
가을의 미각(味覺)을 만끽시켜 주는 과일 몇 가지를 찾아보기로 한다.

역시 가을 과일의 첫 번째는 임금(林檎), 사과가 아닐까 한다.
“성온(性溫), 미감산(味甘酸), 무독(無毒), 소갈(消渴)과 곽란(霍亂), 복통(腹痛)을 다스리고, 설사(泄瀉)를 그치게 하며, 담(痰)을 없앤다. 많이 먹으면 잠이 많아진다.”
사과는 독일(獨逸)에서도 옛날부터 민간요법(民間療法)으로 설사(泄瀉)를 치료하는데 사용되어 왔으며, 현대 치료법에서도 설사(泄瀉), 급성소아소화불량(急性小兒消化不良), 만성소화불량(慢性消化不良), 적리(赤痢) 등에 임금식(林檎食) 요법이라는 것이 있다.
껍질과 속을 제거한 사과를 갈아서 1회 100~300g 가량을 하루에 5회 복용하는 방법인데, 2일간 계속한 다음에는 차차 죽(粥)을 먹기 시작한다.

사과가 왜 설사(泄瀉)에 좋은지 아직 유효 성분이 완전히 구명되지 못하고 있으나 들어 있는 타닌산(tannin acid), 능금산(malic acid), 펙틴(pectin) 등이 흡착 수렴, 창자의 연동 운동의 완화작용을 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같은 성분 외에도 포도당(葡萄糖), 과당(果糖), 서당(屑糖) 등의 당분(糖分)과 비타민-A, B, C 및 효소(酵素) 등이 들어 있어 영양(營養)과 소화(消化)촉진에 도움이 된다.
설사(泄瀉)를 멈추는 작용이 있는 동시에 변비증(便秘症)이 있는 사람에게는 셀룰로오스(cellulose) 작용에 의하여 쾌변(快便)을 촉진시키니 그야말로 이상적인 정장제(整腸劑)라고 아니할 수 없다.
사과를 건조시켜서 가루로 만든 것이 외국에서는 신약(新藥)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 가지 모를 일은 사과를 많이 먹으면 ‘영인호수(令人好睡)’라고 하여 잠이 많아진다고 하였는데 무엇 때문일까?

사과를 깎아서 놓아두면 빛깔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은 철분(鐵分)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폴리페놀(polyphenol) 성분이 효소(酵素)작용에 의하여 산화(酸化)되어 생기는 것이며 깎은 사과를 소금물에 담가내면 효소(酵素)작용이 없어져서 색이 변하지 않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주방과학(廚房科學)인 것이다.
당나라 때의 천금방(千金方)이라는 의서(醫書)를 보면 “사과를 먹으면 익기(益氣), 내기(耐飢)하며 입산수도(入山修道)하는 사람은 곡식(穀食)을 아니 먹고도 사과만으로 체력(體力)을 유지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있다.
복숭아를 비롯한 딴 과일들은 과식(過食)하면 배탈이 나기 때문에 조심을 해야 하지만, 사과는 그런 염려가 없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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