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학계(醫學界)를 행림(杏林)이라고 하는 데에는 재미있는 고사(故事)가 얽혀 있다.
진(晋)나라 때 갈홍(葛洪)이 쓴 신선전(神仙傳)에 이런 말이 있다.
“동봉(董奉)이라는 명의(名醫)가 있어 병자(病者)를 구하고는 중(重)한 환자(患者)에게는 살구나무 5그루, 경(輕)한 환자(患者)에게는 한 그루의 살구나무를 자기 집 주변에 심게 하는 것을 치료비로 하였다. 수년 동안에 어느덧 살구나무가 10만 그루나 되어 울창한 행림(杏林)을 이루게 되었다. 열린 살구를 쌀과 바꾸어 가게 하여 얻은 쌀로 어려운 사람들을 구제하여 이름을 날렸으며, 그 자신도 300여 살까지 장수(長壽)하였다.”
이런 연유로 해서 살구나무와 의학이 인연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살구 자체도 약(藥)으로 가치가 있다.

살구의 과육(果肉) 자체는 배탈 나기 쉽고 그리 좋은 과일이라고 할 수 없다고 되어 있는 반면, 살구씨(杏仁)는 없어서는 안 될 약(藥)으로 되어 있다.
“행핵인(杏核仁) : 살구씨(杏仁) 깐 것, 기침이 북받쳐 오르고 가래가 끓어 숨 가쁜 것을 다스리고 땀이 나게 하며 또한 구독(狗毒)을 풀어준다.”

살구씨(杏仁)를 진해거담제(鎭咳祛痰劑)로 사용하는 것은 현대 의약학적으로도 완전히 과학화되어 살구씨(杏仁)로 만든 행인수(杏仁水)가 약전(藥典) 약품으로 되어 있다.
주성분은 아미그달린(amygdalin)이라는 배당체(配糖體) 화합물인데 이것이 살구씨(杏仁)에 들어 있는 에멀신(emulsin)이라는 효소의 작용을 받으면 가수분해(加水分解)되어 만델로니트릴(mandelonitrile)이라고 하는 물질이 생긴다.
냄새를 맡아도 알 수 있지만 맹독성(猛毒性)인 시인화수소산(hydrocyanic acid)도 아울러 생기는데, 행인수(杏仁水)의 기침을 멈추고 가래를 삭이는 작용이 미량의 시안화수소산(hydrocyanic acid) 때문인지 또는 다른 성분 때문인지는 아직 규명이 되지 않았으나 거담(祛痰) 작용이 있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원래 과학이란 사실이 앞서고 “왜?”는 다음에 뒤따른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성분 분석도 좋지만 먼저 약리(藥理)작용의 유무가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다.
미친개에게 물린 광견병(狂犬病)에 살구씨(杏仁)가 약(藥)이 된다든지, 개고기 먹고 체(滯)한 데 살구씨(杏仁)가 효과가 있다고 하면서 살구는 살구(殺狗)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설이 있는데 이와 같은 한방(韓方)의 사고방식이 언제나 현대 과학도들로 하여금 저항을 느끼게 하는 점인 것이다.
쌍인(雙仁, 살구씨(杏仁)가 쌍으로 되어 있는 것)을 먹으면 사람이 죽는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런 것도 아직 검토가 안 되었지만 알쏭달쏭한 느낌을 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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