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李箱)의 소설 ‘날개’ 가운데 “이국적인 센슈얼한 향기가 폐로 스며들면 나는 저절로 감기는 눈을 느낀다. 확실히 아내의 체취의 파편이다.”라는 묘사가 있다.
이성(異性)을 그리워할 때 불현 듯 그 사람의 체취(體臭)를 느끼는 것이다.
여성의 향기(香氣)란 무르익은 여체(女體)가 발산하는 체취(體臭)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여성이 사용하는 화장품(化粧品)의 향기(香氣)라고 할 수 있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여성은 화장(化粧)을 하게 마련이다.
옛날의 여인들은 과연 어떤 향기(香氣)를 풍겼을까?
사뿐사뿐 소리 없이 스치고 지나가는 옛 여인들의 체취(體臭)를 연상하려면 옛날의 향료(香料)를 따져보는 수밖에 없다.
마침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몇 개 그런 처방(處方)이 나와 있다.
‘香身法 : 茅香苗葉可煮作湯浴 令人身香 去惡氣 煮服之亦可 零陵香亦香身 飮浴皆佳’
몸을 향기롭게 하는 방법 : 모향(茅香)의 잎을 달인 물로 목욕(沐浴)을 하면 몸이 향기로워지고 나쁜 냄새가 없어지며 달여서 마셔도 좋다. 영릉향(零陵香)도 역시 몸을 향기롭게 하며 마셔도 좋고 목욕(沐浴)을 하여도 좋다.
모향(茅香)은 벼과에 속하는 약재인데 남방계이며 우리나라에서 나는 ‘향기름새’라는 풀을 쓰기도 한다.
영릉향(零陵香)은 콩과에 속하는 식물이며 원래는 유럽이 원산지이지만 이미 세종대왕 때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재배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두 가지 모두 향기로운 정유(精油)성분이 들어 있다.
마늘을 먹으면 몸에서 마늘 냄새가 나듯이 향초(香草)를 달여 마시면 몸이 향기로워진다니 생각만 하여도 멋지다.
‘衣香 : 茅香蜜炒一兩 白芷五錢 沈束香 白檀香 零陵香 甘松香 八角香 丁香 三乃子 各二錢 右並爲麄末入小腦二錢 末和勻作一點 置衣箱中最佳 夏月尤好’
옷을 향기롭게 하는 향(香) : 이 처방(處方)에 나와 있는 여러 가지 향(香)을 섞어 가루로 만들어 종이에 싸서 옷장 속에 넣어두면 옷에서 향기가 은근하게 나게 된다.
삼내자(三乃子)는 산내(山奈)라는 약초(藥草)이다.
이 처방(處方)은 출처가 속방(俗方)이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허준(許浚)의 처방(處方)이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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