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말라서 견딜 수 없게 된 후에 우물을 파거나, 전투가 시작된 다음에 무기를 만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아픈 것도 마찬가지다.
병(病)에 걸린 다음에 좋은 약(藥)을 구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건강(健康)할 때 건강(健康)을 유지, 증진시키고자 노력해야 한다.
건강(健康)을 유지, 증진시키고 생명력(生命力)을 보강하고 자연치유(自然治癒) 능력을 항진시키며 질병(疾病)을 예방하는데 쓰이는 약(藥)이 바로 보약(補藥)이다.
에너지가 부족하여 피곤(疲困)하고 무기력(無氣力)하며 땀이 많고 움직이기조차 귀찮다면 보약(補藥) 중에서도 에너지를 보강하는 보기(補氣) 약재를 써야 한다.
혈액(血液)이 부족하여 안면(顔面)과 손톱이 창백하거나 귀울음이 심하고 어지럼증 등이 있을 때는 보약(補藥) 중에서도 혈액(血液)을 보강하는 보혈(補血) 약재를 써야 한다.
영양물질(營養物質)이 부족하여 체중(體重)이 줄면서 입안이 마르고 피부(皮膚)가 거칠어지며 심장(心臟)이 두근대고 잠을 푹 이루지 못한다면 보약(補藥) 중에서도 음액(陰液)을 보강하는 보음(補陰) 약재를 써야 한다.
또한 열에너지가 부족하여 추위를 잘 타고 변(便)이 묽으며 허리와 다리에 통증이 있으면서 저리고 힘이 없을 때는 보약(補藥) 중에서도 양기(陽氣)를 보강하는 보양(補陽) 약재를 써야 한다.
따라서 보약(補藥)을 쓸 때, 기(氣)가 허약한지 혈(血)이 부족한지를 가리지 않고 일률적으로 쓰면 오히려 해(害)가 되고 독(毒)이 될 수 있으며, 음액(陰液)을 보강해야 할 경우에 양기(陽氣)를 돋우는 보양(補陽) 약재를 쓰거나 하면 이 역시 해(害)가 되고 독(毒)이 될 뿐 전혀 도움이 될 수 없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물론 보기(補氣)를 해야 할 경우라도 진찰 결과 그 정도를 구별하여 강력한 보기(補氣) 약재를 써야 할 때가 있고, 완만한 보약(補藥)을 써야 할 경우가 있다.
보혈(補血)해야 할 경우나 보음(補陰), 보양(補陽)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보약(補藥)은 함부로 운용하는 것이 아니다.
또 보약(補藥)은 체질(體質)에 맞추어 써야 한다.
태양인(太陽人)에게 열성(熱性)약재가 배합된 보약(補藥)을 쓴다면 독(毒)이 될 수 있으며, 태음인(太陰人)에게 땀을 거두어들이는 약재를 배합해 보약(補藥)을 쓰면 오히려 없던 병(病)까지 일으키게 된다.
또한 소음인(少陰人)에게 걸쭉하고 소화(消化)가 안 되는 보약(補藥)을 쓰면 가뜩이나 소화기(消化器) 기능이 약한 체질이 악화되어 더욱 질병치레를 하게 된다.
녹용(鹿茸)은 태음인(太陰人)에게 알맞은 약재요, 인삼(人蔘)은 소음인(少陰人)에게 알맞은 약재다.
그래서 체질(體質)에 안 맞으면 비싼 녹용(鹿茸)을 먹고도 설사(泄瀉)를 하며, 귀한 인삼(人蔘)을 먹고서 열(熱)을 심하게 느끼기도 한다.
특히 소양인(少陽人) 산모(産母)가 인삼(人蔘)을 먹었을 때는 모유(母乳)의 양이 줄어서 수유(授乳)를 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인삼(人蔘)은 체질(體質)에 관계없이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을 때는 복용해선 안 된다.
호흡기(呼吸器)에 열(熱)이 있을 때, 영양물질(營養物質)의 부족으로 허증(虛症, 몸이 쇠약하여 병(病)에 대한 저항력(抵抗力)이 약한 상태)의 열감(熱感)을 느껴서 눈이 충혈(充血)되고 눈이 피로(疲勞)하며 입이 마르고 코가 막히며 머리가 무겁고 양 뺨이 발그스름하게 들뜰 때, 혹은 맥박(脈搏)이 지나치게 크고 빠를 때, 가슴이 답답하며 가래가 그르렁거릴 때, 오한발열(惡寒發熱)이 있으면서 땀이 나지 않을 때 이럴 때 인삼(人蔘)을 지나치게 먹게 되면 부작용이 생긴다.
인삼(人蔘)이 맞지 않아 부작용이 생기면 머리가 터질 듯 아파온다.
뇌출혈(腦出血)의 증상이 나타나며 눈의 핏발이 심해지고 피부트러블이 생긴다.
얼굴이나 가슴에 발긋발긋한 발진(發疹)이 생기고, 심하면 체온(體溫)이 강하하고 손발을 가누기 어렵게 되며, 말하기 어렵고 발음이 불명확해지며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진땀을 비가 오듯 쏟기도 한다.
이를 냉(冷)한 증상이라고 한다.
무척 위험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한약(韓藥)은 효과가 더디다고 한다.
특히 보약(補藥)은 더욱 효과가 더디다고들 믿고 있다.
그러나 보약(補藥)은 경우에 따라 그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며 또 지속적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약(補藥)을 지나치게 허약해지기 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체질(體質)과 증후(症候)의 정도에 따라 조절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나치게 오랫동안 많은 양의 보약(補藥)을 집중 투약하지 않도록 한다.
식물도 시들시들 곧 말라 죽게 되었다고 거름을 지나치게 주면 오히려 식물을 살릴 수 없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식물은 두엄을 주어도 잘 자라고 화학비료를 주어도 잘 자란다.
그러나 두엄이 더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보약(補藥)도 마찬가지다.
화학비료 같은 약재보다는 두엄 같은 약재가 좋다.
그래서 야생 약재가 좋으며 수입 약재보다는 신토불이(身土不二) 우리 약재가 좋은 것이다.
자칫 좋지 않은 약재로 보약(補藥)을 조제하면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음식이 큰 생명인 것처럼 약(藥)도 곧 생명이라는 사고를 가지라는 뜻이다.
약(藥)도 음식처럼 무리 없이 인체기능을 평형 조절할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하라는 얘기다.
음식에도 극단적인 음식이 있다.
자극적이거나 입맛에만 맞추어 일단 사람들의 구미(口味)만을 끌어보자는 속셈의 음식들이 극단적인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약재 중에도 이와 같은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독성(毒性)이 강렬한데도 일단 기적적인 강정(强精), 회춘(回春)을 꾀하는 그런 약재들이다.
이런 약재들이 강정(强精) 보약(補藥)으로 쓰일 때는 일시적 효과는 있지만 급기야 간장(肝臟)과 신장(腎臟)에 해(害)를 주고 끝내는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옛말에 ‘병(病)은 능히 살인(殺人)할 수 없으나 약(藥)은 능히 살인(殺人)할 수 있다.’고 한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약(藥)의 해독(解毒)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을 거쳐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정선된 약재로 정해진 용법에 따라 지나치지 않게 써져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질병(疾病)을 치료하는 데는 8가지 방법이 있다.
구체적 방법론을 차치하고라도 치료 방법에 여러 갈래가 있다는 것은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보약(補藥)을 쓰는 보법(補法)은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무턱대로 체력(體力)이 쇠약하니 체력(體力)을 돋우어 질병(疾病)을 이겨내게 하자는 보법(補法)을 쓸 수는 없는 것이다.
땀을 내거나 통변(通便)시키며, 이뇨(利尿)시켜야 하거나 해열(解熱)시켜야 하는 등 생체의 기능 여하나 질병(疾病)의 양상에 따라 8가지 치료법의 범주에서 치료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약(補藥)을 지나치게 쓰면 때로 이 방법을 써야 할 경우나 저 방법을 써야 할 경우를 놓칠 우려가 있다.
그래서 보약(補藥)도 지나치면 독(毒)이 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요통(腰痛)을 한의학(韓醫學)에서는 원인별로 10가지로 분류한다.
습기(濕氣)에 손상되어 아픈 허리를 습요통(濕腰痛)이라고 하고, 냉기(冷氣)에 손상되어 아픈 허리를 한요통(寒腰痛)이라고 한다.
또한 성적문란(性的紊亂)이나 성적쇠약(性的衰弱)으로 아침 기상 때면 은은한 통증을 느끼며 하체(下體)에 힘이 빠지는 경우를 신허요통(腎虛腰痛)이라고 한다.
이렇게 요통(腰痛) 하나도 원인을 따져 다각도로 대처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저런 원인을 따지지 않고 그저 허리를 튼튼하게 해준다는 보약(補藥) 몇 가지를 배합해서 오래도록 복용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럴 때면 으레 빠지지 않고 배합되는 것이 모과(木瓜)다.
약재로 쓰이는 모과(木瓜)는 분명 요통(腰痛), 하지통(下肢痛), 슬관절통(膝關節痛)에 효과가 크다.
조루(早漏), 몽정(夢精) 등에도 좋으며 여성의 냉증(冷症)에도 좋고 가래를 삭혀 기침을 다스리며 식은땀이 주체 못할 만큼 쏟아질 때도 지한(止汗)작용을 한다.
모과(木瓜)의 수렴(收斂)작용에 의해 이런 효과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렴(收斂)작용이 강한 모과(木瓜)를 쓸 수 없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잦은 설사(泄瀉)나 연변(軟便)이 있을 때는 수렴(收斂)시켜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겠지만, 지나친 변비(便祕)나 굳은 변(便)으로 배변(排便)에 곤란을 겪는 경우에는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요, 소변(小便)이 잦고 맑은 소변(小便)을 양도 많이 볼 때는 수렴(收斂)작용을 발휘하여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겠지만, 소변(小便)이 농축되어 양이 적고 색이 짙으며 횟수도 적고 냄새도 심할 때는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장기간 보약(補藥)이랍시고 상복한다면 끝내는 어떤 증상이 야기될 것인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체질(體質)과 증후(症候)를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진찰(診察)도 없이, 독성(毒性)도 두려워하지 않고 한 때의 쾌락(快樂)을 도모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건강(健康)에만 집착하여 보약(補藥)을 남용하고 오용하는 것은 분명 독(毒)이 될 수 있음을 깊이 새겨두어야 한다.
그래서 보약(補藥)을 먹기 전에는 반드시 한의사(韓醫師)와 상담을 한 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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