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가 중국 고사에 나온다.
진나라 항온(恒溫)이 촉나라로 가는 도중 삼협(三峽)이라는 곳을 지나갈 때 수행원이 새끼 원숭이 한 마리를 잡아 배에 실었다.
어미 원숭이가 쫓아왔지만 물에 가로막혀 배에 오르지 못하고 홀로 언덕에 앉아 슬피 울고만 있었다.
이를 아랑곳 않고 배는 떠났고 어미 원숭이는 그 배를 뒤쫓다가 배가 포구에 닿자 새끼를 찾아 배 위로 뛰어 올랐지만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
사람들이 이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니 너무도 슬퍼한 나머지 창자가 토막토막 나 있었다고 한다.
세설신어(世說新語)에 기록된 이 얘기로부터 ‘단장(斷腸)’의 슬픔이라는 말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슬픔은 창자를 토막토막 동강낼 정도라는 얘기다.
단장(斷腸)의 아픔은 이처럼 슬픔이나 분노, 공포 등 정서적 변화에 영향을 쉽게 받는다는 얘기다.
한의학(韓醫學)에서는 이런 정서적 변화를 ‘칠정(七情)’이라고도 하는데, 7가지 정서적 변화가 간기(肝氣)를 울결(鬱結)시켜 소화성궤양(消化性潰瘍)을 비롯한 신경성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한의학(韓醫學)에서는 보고 있다.
특히 융통성 없이 고지식하고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을 만큼 빈틈없이 꼼꼼하고 도덕적이며 책임감이 강하고 자기능력 이상의 것을 성취하고자 안달하는 성격에서 칠정(七情)에 의한 소화성궤양(消化性潰瘍)이 잘 일어난다.
소화성궤양(消化性潰瘍)은 위궤양(胃潰瘍)과 십이지장궤양(十二指腸潰瘍)을 함께 이르는 말로 위궤양(胃潰瘍) 통증은 명치 밑에서 느껴지는데 타는 듯한 작열감(灼熱感)이나 쥐어뜯는 듯한 느낌, 팽만감(膨滿感), 압박감(壓迫感) 등 여러 모양으로 나타나고 간헐적으로 오는 수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오는 수도 있다.
십이지장궤양(十二指腸潰瘍) 통증은 식후에 통증을 심하게 느끼는 위궤양(胃潰瘍)과 달리 식후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한 공복 때 통증이 심한 것이 특징이다.
여하간 소화성궤양(消化性潰瘍)은 윗배 통증과 속 쓰림, 구역감(嘔逆感)이 주 증상이지만 심해지면 구토(嘔吐)나 토혈(吐血), 하혈(下血) 등 출혈증상도 일어나고 위벽(胃壁)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는 질환이다.
그야말로 ‘단장(斷腸)’의 아픔을 겪어야 하는 질환인 것이다.
소화성궤양(消化性潰瘍)의 출혈은 육안으로 볼 수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는데, 후자의 경우를 ‘잠혈(潛血)’이라고 한다.
아스팔트를 녹인 것처럼 검고 진득거리는 대변(大便)을 보면 잠혈(潛血)이라는 출혈을 의심할 수 있다.
‘한번 궤양(潰瘍)은 영원한 궤양(潰瘍)’이라는 말도 있듯이 만성질환이면서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또 일시적으로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치료를 소홀히 하거나 중단해서는 안 된다.
우선 카페인, 청량음료, 향신료, 알코올을 멀리 해야 한다.
소화성궤양(消化性潰瘍)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주요인이기 때문이다.
담배는 장액(腸液)을 역류시키므로 금연(禁煙)해야 하고, 우유도 위산(胃酸) 분비를 촉진시키므로 제한해야 한다.
될수록 부드럽고 자극 없는 음식을 적당히 따뜻하게 만들어 조금씩 여러 차례에 나누어 먹도록 하는데, 십이지장궤양(十二指腸潰瘍)일 때는 공복 상태를 너무 오래 지속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영양도 풍부하고 소화(消化)되기 쉬운 음식이어야 하는데, 양배추가 아주 좋다.
양배추에는 비타민-U가 함유되어 있어서 유럽에서는 궤양(潰瘍) 치료식품으로 예부터 널리 이용해 왔다.
단, 양배추는 생것 그대로를 섭취해야 궤양(潰瘍) 치료에 효과가 있으므로 생즙을 내어 먹는 것이 좋다.
또한 속이 쓰릴 때는 위산(胃酸)을 중화시키거나 위산(胃酸)분비를 억제하면서 위장(胃腸)의 점막(粘膜)을 보호하는 식품이나 약재를 복용하는 것이 좋은데, 그 대표적인 것이 ‘오적골(烏賊骨) 가루’이다.
오적골(烏賊骨)이란 갑오징어의 뼈를 말하는데, 오징어는 죽은 척하며 바다 위에 두둥실 떠 있다가 까마귀들이 이 때다 싶어 달려들면 죽은 척하던 오징어들이 오히려 까마귀를 끌어안고 바다 속으로 잠수하면서 뜯어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까마귀의 적’이라는 뜻으로 오징어를 ‘오적(烏賊)’이라고 부르는데, 그 중에서도 갑오징어에는 실패 모양으로 생긴 뼈가 있으며 이것이 오적골(烏賊骨)이다.
오적골(烏賊骨)은 예부터 상처가 났을 때 지혈제(止血劑)로 쓰던 약이다.
그래서 소화성궤양(消化性潰瘍)에 의한 출혈 증상에도 큰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런 까닭에 월경(月經) 중에는 복용하면 안 된다.
또 오적골(烏賊骨)은 탄산칼슘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위산(胃酸)을 중화시켜 소화성궤양(消化性潰瘍)을 호전시킨다.
그래서 공복에 복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오적골(烏賊骨)을 깨끗이 씻은 다음 이것을 햇볕에 잘 말려 가루로 만든다.
이 가루를 1회 4g씩 식간 공복에 온수로 복용하면 된다.
오적골(烏賊骨)만큼 효과가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굴 조개껍질이다.
굴 조개껍질은 ‘모려(牡蠣)’라는 약명으로 건재약국에서 구할 수 있다.
탄산칼슘이 풍부해 항궤양(抗潰瘍) 작용과 위산(胃酸) 억제작용이 강하며, 식욕(食慾)을 증진시키고 몽정(夢精)이나 조루증(早漏症) 등을 치료하는 효과까지 있다.
불순물이 많으므로 여러 차례 물을 갈면서 깨끗이 씻어 말린 후 곱게 가루를 내어 4g씩을 1일 3~4회 공복에 따뜻한 물로 복용하면 된다.
이것을 복용하고 나면 언제나 불편함 없이 말끔하게 소화(消化)시키기 때문에 먹어도 배가 고프다고 할 정도로 식사를 잘 하게 된다.
오적골(烏賊骨), 모려(牡蠣) 가루를 양배추 생즙으로 복용한다면 더더욱 좋다.
만일 소화성궤양(消化性潰瘍)으로 타는 듯한 작열감(灼熱感)이 있을 때에는 ‘치자차(梔子茶)’를 먹는 것이 좋다.
치자(梔子)는 녹두부침을 할 때 노랗게 물들이는데 쓰여 오던 식품으로, 노란 색소가 빠지면 약효가 없어지므로 너무 세게 씻지 말고 바구니에 담아 흐르는 물에 흔들어 씻은 후 말려서 보관했다가 하루에 한 번씩, 한 번에 치자(梔子) 열매 한 개씩을 가루내지 말고 으깬다.
이렇게 으깬 치자(梔子)를 여과망이 있는 찻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뚜껑을 닫고 5분 동안 우려낸 후 물만 마시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뱃속도 편안해지고 신경도 안정되며 숙면(熟眠)까지 취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러나 뱃속이 냉(冷)한 체질은 치자(梔子)를 프라이팬에서 살짝 볶아 쓰는 것이 좋다.
그리고 쥐어뜯는 느낌이 클 때는 현호색차(玄胡索茶), 백굴채차(白屈菜茶), 백모근차(白茅根茶) 등을 마시도록 한다.
현호색차(玄胡索茶)는 진통(鎭痛)작용이 강해 가루로 만들어 2g씩을 온수로 복용해도 되지만, 2g을 여과망이 있는 찻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내 마셔도 좋다.
백굴채차(白屈菜茶)는 모르핀과 유사한 진통(鎭痛)작용이 있는 애기똥풀로 8g씩을 물 1컵 반 정도에 넣고 끓여 반으로 줄여 하루 동안 수시로 나누어 마신다.
백모근차(白茅根茶)는 진통(鎭痛), 진정(鎭靜)작용이 뚜렷한 삐삐꽃의 뿌리를 끓인 차(茶)인데, 뿌리 대신 삐삐꽃 자체를 이용해도 괜찮다.
1일 8g씩을 위와 같은 요령으로 끓여 마시도록 한다.
어떤 차(茶)를 마시느냐는 증상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어느 경우든 식간 공복에 마셔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소화성궤양(消化性潰瘍)으로 팽만감(膨滿感)이 심할 때는 후박차(厚朴茶), 회향차(茴香茶), 박하차(薄荷茶) 등을 마시는 것이 좋다.
이들 약차(藥茶)들은 궤양(潰瘍) 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복부(腹部)에 가스가 가득 차서 늘 배가 빵빵하고, 가스 때문에 옆구리까지 결리면서 가슴이 답답하거나 또는 대변(大便)을 보면 변(便) 대신 가스가 폭발음을 내면서 나오는 경우에 좋다.
후박차(厚朴茶)는 1일 8~12g 정도가 알맞고, 회향차(茴香茶)는 1회 2g씩, 박하차(薄荷茶)는 4~6g이 적당하다.
소화성궤양(消化性潰瘍)으로 ‘잠혈(潛血)’이라는 출혈 증상이 있을 때에는 전문의 지시에 따르면서 연뿌리 생즙을 보조요법으로 쓰면 좋다.
연뿌리에는 신경의 피로를 회복시키는 작용이 있어서 스트레스에 의한 소화성궤양(消化性潰瘍)이 생기기 쉬운 경우에 도움이 되며, 지혈(止血)작용이 강해 잠혈(潛血) 치료에 도움이 된다.
싱싱한 연뿌리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기고 강판에 곱게 갈아 거즈에 걸러 즙을 내어 마신다.
일반적으로 체중 1kg당 연뿌리 생즙 10㎖가 적당하고 이를 몇 회 나누어 마시면 된다.
소화성궤양(消化性潰瘍)에는 연뿌리 외에도 감자 생즙이 매우 효과적이다.
잘 씻어서 껍질 벗긴 생감자를 갈아서 거즈에 밭쳐 즙을 짜서, 이 즙을 1회에 1~2큰 술씩 하루 2회, 공복에 먹도록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을 때에는 이 즙을 컵에 담아 밑에 가라앉은 앙금만 공복에 먹도록 하고 위에 뜨는 발그스름한 물은 버리도록 한다.
소화성궤양(消化性潰瘍)이 있을 때는 하루 식사 횟수를 늘리고 식사 양은 줄이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횟수를 늘리면서 잠들기 전에 식사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잠잘 때는 위장(胃腸)도 함께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에도 식사 후에는 반드시 충분한 휴식(休息)을 갖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때 오른쪽 복부(腹部)를 아래로 하고 잠시 누워 쉬는 것이 좋고, 배를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소화성궤양(消化性潰瘍)은 자가 치료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정확한 진단을 정기적으로 받으면서 전문의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좋다.
'질병과 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혈압(低血壓)에는 참깨가 좋다. (32) | 2024.11.30 |
---|---|
입 냄새에 치자차(梔子茶)가 좋다. (35) | 2024.11.29 |
우울증(憂鬱症)에 특효인 음양곽(淫羊藿)은 정력강장제(精力强壯劑)이다. (35) | 2024.11.25 |
요통(腰痛)에는 부추술과 청아환(靑娥丸)이 좋다. (27) | 2024.11.24 |
오줌소태에 좋은 음식은? (6) | 2024.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