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糖尿病)에는 합병증이 무섭다고들 한다.
당뇨병(糖尿病) 범주에 해당되는 한의학(韓醫學)의 소갈증(消渴症)에도 합병증을 무겁게 다루고 있다.
소갈증(消渴症)의 유형에는 ‘강중증(强中症)’이란 것이 있다.
이 증상은 당뇨병(糖尿病) 증세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색욕(色慾)에 탐닉하거나 준렬한 약성을 지닌 약재를 남용하여 체내의 필수 에너지원인 ‘진기(眞氣)’를 소모시켰을 때 야기되는 증상이다.
음식을 먹으면 끓는 물에 눈이 녹듯이 소화(消化)가 이상 촉진되어 쉽게 배고픔을 느껴 음식을 자꾸 섭취하려고 한다.
그러나 먹는 양에도 불구하고 날로 수척(瘦瘠)해져서 체중감소가 눈에 띄고, 소변(小便)의 형태는 기름이 둥둥 뜬 듯 한 모양을 보이며 배뇨(排尿) 상태도 절도가 없다.
입과 입술은 초췌할 만큼 건조해지며 음경(陰莖)이 지속적으로 이상 발기(勃起) 상태를 유지해 부부관계를 하지 않아도 사정(射精)하게 된다.
따라서 강중증(强中症)은 소갈증(消渴症) 중에서도 가장 난치증(難治症)에 속한다.
예후도 좋지가 않아 지속적인 발기(勃起)도 참기 어렵지만 저절로 정액(精液)이 흘러내려 초췌해지고, 심해지면 정액(精液) 속에 혈액(血液)이 섞인 ‘혈정(血精)’이 흘러내리기도 한다.
체중감소도 극도에 달해 결국에는 사망(死亡)하게 되는 것이 강중증(强中症)이다.
이럴 때는 ‘황련저두환(黃連猪肚丸)’이라는 처방을 쓰는 것이 좋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기재되어 있는 이 처방의 구성은 의외로 간단하다.
수퇘지의 위장(胃腸) 1개 속에 황련(黃蓮), 맥문동(麥門冬), 과루근(瓜蔞根)이라는 약재를 넣어 만들면 된다.
강중증(强中症)은 때로 ‘옹저(癰疽)’를 일으킨다.
옹저(癰疽)는 일종의 악성종양(惡性腫瘍)류에 속해 이것으로 사망(死亡)하는 경우까지 있다.
이외에도 해수(咳嗽), 천식(喘息)이 합병증으로 많이 나타나며, ‘골증(骨蒸)’이라는 병도 생길 수 있다.
골증(骨蒸)의 ‘골(骨)’이란 심층(深層)이라는 뜻이고, ‘증(蒸)’은 훈증(燻蒸)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골증(骨蒸)은 인체 심층(深層)부위로부터 허열(虛熱)이 훈증(燻蒸)하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
골증(骨蒸)의 설명은 다소 어렵지만 그 임상표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치아(齒牙)가 검게 타 들어가고,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싸늘해진다.
수척(瘦瘠)해지고 식사를 못하며 설사(泄瀉)를 잘 일으킨다.
사지무력감(四肢無力感)이 심하며 잠자는 동안 땀을 흥건하게 흘린다.
밤에 꿈이 많고 꿈속에서 섹스 하는 이른바 ‘몽교(夢交)’라는 증상이 나타난다.
가슴이 후들후들 떨리고, 양 뺨이 빨갛게 달아오르는가 하면 순식간에 오싹오싹 떨리기도 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가래가 끓고, 손톱이 마른다.
양눈이 모두 어두워지고 옆구리에 통증이 온다.
걸핏하면 화를 내기도 한다.
이 정도가 되면 견디기 어려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소갈증(消渴症)의 합병증으로 골증(骨蒸)이라는 병이 나타나게 되면 숙지황(熟地黃) 8g을 물 2컵 반 정도에 넣고 끓여 반으로 줄면 하루 동안 수시로 나누어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혹은 치자(梔子) 열매를 바구니에 담아 흐르는 물에 흔들어 씻은 후 말려서 보관했다가, 1일 1개씩을 부스러뜨려 여과망이 있는 찻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우러난 물을 마시면 된다.
1일 1~2잔을 공복에 마시도록 한다.
그래도 골증(骨蒸)의 병증이 내리지 않고 악화될 때는 한의사(韓醫師)의 지시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
소갈증(消渴症)의 합병증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야맹증(夜盲症)이 생기고, 백내장(白內障)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고, 또 심장순환기계(心臟循紈器係) 장애로 반신불수(半身不隨)처럼 수족(手足)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심장(心臟), 간장(肝臟), 신장(腎臟)에도 영향을 미쳐서 부석부석 잘 붓고나 복부(腹部)가 팽만해지고 때로는 배에 물이 고이는 복수(腹水)가 올 수도 있다.
혹은 ‘탈저(脫疽)’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갈증(渴症)이 생기고 손끝이나 발끝이 차디차거나 화끈거리고, 푸른빛을 띠거나 찐 대추(大棗)처럼 검붉은 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통증도 심해지는데, 손끝에 변화가 오면 팔까지 아파오고, 발끝에 변화가 오면 종아리가 굳어지면서 잘 걷지를 못하게 된다.
절뚝거리거나 걷다가 통증 때문에 잠시 주저앉아 쉬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것이 탈저(脫疽)의 초기증상이다.
더 진행되면 맥박(脈搏)이 약해지거나 아예 맥(脈)이 잡히지 않게 되는데, 손발에서 함께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다가 급기야 손발의 끝이 괴사(壞死)가 된다.
쉽게 말해 썩어간다는 얘기다.
까맣게 썩어서 살이 뭉그러지고 뼈가 노출되고, 나중에는 뼈까지 까맣게 타들어가면서 썩는데, 이때의 통증을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프다는 표현으로 ‘불가인통(不可忍痛)’이라고 했다.
탈저(脫疽)가 이쯤 되면 손발을 절단하는 수가 있다.
갈증(渴症)은 더 심해지고 입이 바짝 마르며 심하면 혼수상태(昏睡狀態)에 이르기도 한다.
이때는 ‘해독제생탕(解毒濟生湯)’, ‘사묘용안탕(四妙勇安湯)’, ‘고보보탈탕(顧步保脫湯)’등 여러 처방을 응용해 봐야 하는데, 우선 손끝과 발끝을 따뜻하게 하면서 청결하게 해야 한다.
담배는 절대 금하고, 각종 기호식품과 자극성 향신료를 피하도록 한다.
흔히 손발의 혈액순환(血液循環)이 잘 안 돼 일어나는 증상으로 여겨, 소위 순환을 촉진시킨다는 목적으로 손끝이나 발끝에 침을 놓고 피를 빼는 가정요법을 행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방법은 굉장히 위험하다.
침놓은 자리마다 모두 곪고 썩어서 속수무책의 상태로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장간에 쇠를 벌겋게 달군 다음 칠물에 쇠를 담가 식히는데, 이 쇳물을 ‘철락(鐵落)’이라고 부른다.
이 철락(鐵落)이 탈저(脫疽)치료의 명약이다.
화학약품을 섞지 않은 순수한 철락(鐵落)을 구해 따끈하게 데운 후 손발을 담그면 되는데 아주 효과가 큰 방법이다.
이때도 환부만 담그지 말고 팔이나 종아리까지 넓은 부위를 철락(鐵落) 속에 담그는 것이 효과적이다.
여기에도 ‘자초(紫草)’라는 약재를 넣어 끓여 사용하면 더욱 좋다.
자초(紫草)는 붉은색이 우러나는 약재로 순환촉진 작용이 매우 뛰어나다.
혹은 자초(紫草) 6g을 물 2컵 반 정도에 넣고 끓여 반으로 줄여 하루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누어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소갈증(消渴症) 합병증에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신경(神經)장애로 인한 설사(泄瀉), 음성(音聲)변화 등이 나타나는가 하면 자율신경(自律神經) 실조에 따른 전신쇠약(全身衰弱)과 땀, 손발의 냉증(冷症) 등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소갈증(消渴症)이 합병증까지 일으키게 되면 치료가 쉽지 않으므로 초기에 관리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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