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라지를 한방(韓方)에서는 길경(桔梗)이라고 한다.
무슨 연유인지 도라지는 옛날부터 우리의 생활에 밀착되어 흐뭇한 도라지타령을 연상케 한다.
“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가 스리살살 다 녹는다.”
이 구성진 가락 속의 대바구니가 스리살살 다 녹는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하여간 토속적인 낭만과 멋이 들어 있는 것 같다.

도라지는 현대 약물학(藥物學)에서도 중요한 생약(生藥)이며 진해거담약(鎭咳去痰藥)으로 쓰이니 대바구니가 내 간장(肝臟)만을 녹이는 것이 아니라 담(痰)과 기침(咳嗽)도 녹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도라지의 아리고 쓴맛의 성분은 플라티코딘(platycodin), 사포닌(saponin) 등인데, 이 성분에 항염증(抗炎症), 거담(祛痰), 항궤양(抗潰瘍), 진해(鎭咳), 해열(解熱), 진통(鎭痛) 등의 약리작용이 있음이 밝혀졌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한약(韓藥) 처방이 3천여개나 실려 있는데, 길경(桔梗)이 배합되어 있는 처방이 그 중의 약 8%인 278개가 된다.
그 처방들을 통계적으로 본 결과도 역시 위의 약리작용과 같은 것이어서 옛날의 약리학도 정확하였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폐의 숨가쁜증(喘促)을 다스리며, 인후통(咽喉痛)과 가슴, 옆구리 등이 결리고 아픈 것을 고친다. 산중의 곳곳에 있으니 음력 2월과 8월에 뿌리를 캐어 말린다. 나물을 만들어 수시로 먹는다.”

약(藥)으로 사용하는 도라지는 연보랏빛 꽃인 것보다는 흰 꽃의 품종이 좋다는 설도 있으나, 약리학적 근거는 없는 것 같으며, 꽃빛깔의 유무가 토양속의 철분(鐵分)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표한 학자도 있다.
한방(韓方)에서 약(藥)의 빛깔을 오행론(五行論)적으로 따져서 약성(藥性)과 결부시켜 황색약(黃色藥)은 비장(脾臟), 백색약(白色藥)은 폐장(肺臟), 흑색약(黑色藥)은 신장(腎臟), 청색약(靑色藥)은 간장(肝臟), 적색약(赤色藥)은 심장(心臟)과 각각 관계가 있다고 되어 있다.
물론 약(藥)의 빛깔, 냄새, 맛 등 어느 것 하나 약물 감별하는데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을 것이며, 어느 정도 약효와도 관련성이 있을 수도 있으나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구애되면 우스운 착오를 일으키기도 쉽다.
가령 말 중에서도 흰말이 걷어찬 돌멩이라든지,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 나뭇가지라든지, 누런 털빛의 수캐고기라든지, 납일(臘日 : 동지(冬至) 뒤의 셋째 술일(戌日))에 내린 눈을 녹인 물이라든지에 사로잡히면 한방(韓方)은 미신(迷信)이라고 오해받기 쉬운 결과도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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