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그림자는 섬돌을 쓸어도 먼지가 일지 않고, 달그림자는 연못 깊숙이 들어가도 파문이 일지 않는다고 한다.
흔들림이 없는 마음의 고요함이 건강(健康)과 무병장수(無病長壽)의 요점이라는 얘기다.
황제가 퇴위하여 천하를 내놓고 황야에 홀로 집을 짓고 흰 자리를 깔고 석 달 동안 조용히 거처하다가 신선(神仙) 광성자(廣成子)를 찾아가 가르침을 청하자 광성자(廣成子)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눈으로 보지 말고, 귀로 듣지도 말고, 정신(精神)을 가다듬어 고요함의 상태로 들어가십시오. 그러면 형체가 바로 자리하게 됩니다. 고요함을 이루면 밝아지게 되고, 흔들림이 없어 오랜 세월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본래 비어 있는 것으로서, 밖에 있는 사물의 자극에 응함에 자취가 없는 것이라, 그래서 대나무 그림자에도 먼지를 일지 않고, 달그림자에도 파문이 일지 않아야 하는 것인데, 보고 듣는데 고요함을 잃으면 마음이 흔들리고 형체가 바로 자리하지 못해서, 먼지가 일고 파문이 일어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까닭에 보는 데 있어 욕심(慾心)을 극복하고 마음을 예로 돌아가게 하여 오래 지속하면 마음이 성실해지고, 듣는 데 욕심(慾心)을 극복하지 못하면 사물을 판단하는 지적 능력이 밖에 있는 사물의 자극에 의하여 어지럽혀지고, 방향을 잃고 본래의 바른 판단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의 고요함을 이루면 건강(健康), 무병장수(無病長壽)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질병(疾病)과 단명(短命)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태평어람(太平御覽)에도 양생(養生)의 방법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몸을 편안하게 하고 기(氣)를 보양(保養)하며, 좋아하거나 노여워하지 않는 데 있다.’
이를 양기수정(養氣守靜)이라 하며, 내단(內丹)의 요점이다.
‘기(氣)를 기르고 고요함을 지키는 것’이 양기수정(養氣守靜)이요, 여기서의 ‘기(氣)’는 원기(元氣)이며, 이런 원기(元氣)는 우주만물이 변화하고 살아가는 근원이 인간의 근원이요, 까닭에 원기(元氣)를 상실하면 죽게 되고 원기(元氣)가 조화롭지 못하면 질병(疾病)에 빠지게 되므로, 그래서 ‘기(氣)’를 보양(保養)하기 위해 정서(情緖)의 조화와 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화로움을 지키고 유순함을 지키는 등 아홉 가지를 잘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청정(淸靜)에 이르는 길이다.
노자(老子)에는 청정(淸靜)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크게 이룬 것은 모자란 것 같지만, 그 쓰임에 있어 끝이 없다. 크게 찬 것은 빈 것 같지만, 그 쓰임이 다하지 않는다. 크게 곧은 것은 굽은 것 같고, 크게 교묘한 것은 서투른 것 같으며, 크게 말을 잘하는 것은 더듬는 것 같다. 청정(淸靜)은 천하의 정도가 된다.’
청정(淸靜)은 올바른 삶을 이끈다.
모자란 것 같지만 쓰임새가 끝이 없을 정도로 크게 이룬 것이 청정(淸靜)이요, 빈 것 같지만 크게 찬 것이요, 서툰 것 같지만 크게 교묘한 것이요, 그저 맑고 고요한 것 같은 게 청정(淸靜)인 듯싶지만, 사실은 맑음 속에 수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으며 고요함 속에 수많은 꿈틀거림을 포용하고 있는 것이 청정(淸靜)이라는 것이다.
먼지는 일지 않지만 대나무 그림자는 섬돌을 쓸어대고, 파문은 일지 않지만 달그림자는 연못 깊숙이 빠지는 것, 즉 ‘고요함 속의 꿈틀거림’이 진정한 청정(淸靜)이요, 이러한 마음과 생활양식이야말로 진정 위대한 삶, 진정 자유로운 삶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채근담(菜根譚)에 이런 말이 있다.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마치 구름 속의 번개나 바람 앞의 등불 같고,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은 마치 불 꺼진 재나 말라버린 고목과 같다. 그러나 멈추어 있는 구름이나 고요한 물결 같은 마음 한 가운데 솔개가 하늘을 나는 것 같고, 물고기가 기운차게 약동하는 기상이 있어야 곧 도(道)를 깨달은 사람의 마음이다.’
삶이 어려운 때일수록 불 꺼진 재나 고목 같은 청정(淸靜)을 지켜야 한다.
그러면서 솔개 같은 기개와 물고기 같은 약동을 잃지 말아야 한다.
‘고요함 속의 꿈틀거림’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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