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은 봄철이면 화면(花麪), 초란(醋卵), 탕평채(蕩平菜) 같은 음식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화면(花麪)이란 오미자(五味子)를 빨갛게 우려낸 물에 녹두(綠豆) 국수를 말아 먹는 음식이고, 초란(醋卵)이란 반숙한 달걀에 초장(醋醬)을 쳐서 먹는 음식이고, 탕평채(蕩平菜)란 돼지고기와 미나리를 무쳐 초장(醋醬)에 버무려 먹는 음식이다.
이런 음식들은 한결 같이 새콤한 음식들이다.
새콤한 것일수록 봄을 타는 춘곤증(春困症)을 예방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선조들은 오랜 경험과 삶을 통해 터득했었다.
춘곤증(春困症)이란 봄을 타는 병증이다.
소생(甦生)과 활력(活力)과 충동(衝動)의 계절인 봄을 맞이하고도 간장(肝臟) 기능이 이에 따르지 못해 오는 현상이다.
그래서 간장(肝臟) 기능을 강화하는 신맛이 나는 음식을 많이 먹음으로써 인체 기능을 소생(甦生)시키고 활력(活力)을 주는 것이 좋다.
춘곤증(春困症)으로 얼굴이 새까맣게 타고 몸이 야위고 식욕(食慾)이 떨어지고 소화(消化)가 안 되고 피로(疲勞)에 젖어 꼼짝하지 못하는 증상이 있는 분들은 새콤한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같은 이유로 입춘(立春)을 맞으면서 잔설 속에서 승검초를 캐내어 반찬으로 요리해서 먹기도 했다.
얼어붙은 땅 속에서 뿌리를 내리는 승검초를 캐내면 꿩의 다리처럼 예쁘고 은비녀 같이 깔끔해 예로부터 시로 읊기도 했으며 임금께 진상까지 했다고 할 정도이다.
승검초를 장아찌처럼 절여 반찬으로 올렸는가 하면 새콤달콤하게 양념하여 상에 올려서 초봄의 입맛을 돋우기도 했다.
승검초의 약재명은 당귀(當歸)이다.
비타민-B12가 풍부하여 빈혈(貧血) 치료 효과도 있다.
피로(疲勞)와 무기력(無氣力)이 풀리고 얼굴에 핏기가 돌며 손발이 따뜻해지면서 순환이 잘돼 특히 여성의 건강에는 이만한 것이 없을 정도로 좋다.
입춘(立春)부터 봄의 전령으로 상에 올리던 것으로는 승검초 외에 움파도 있다.
움파는 ‘총아(葱芽)’라고도 하는데, 양귀비의 양아들이자 그녀의 정부였던 안록산(安祿山)은 이 총아(葱芽)에 배합된 것으로 항상 젊음을 유지했다고 할 정도로 신진대사(新陳代謝) 촉진 작용이 대단하다.
겨우내 쌓였던 피로(疲勞)와 독소(毒素)를 제거해 주고 인체기능을 충동시켜 활력(活力)을 주는 봄철 음식 중 하나이다.
냉이와 쑥도 봄바람에 실려 식탁에 오르는 봄철 음식이다.
괜스레 식탁에서도 아른아른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 봄 냄새를 물씬 풍기는 그런 봄철 음식이다.
냉이는 간(肝)기능을 강화시키므로 봄 타는 증상을 예방한다.
콜린(choline)이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간장(肝臟)에 지방(脂肪)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주어 지방간(脂肪肝)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가 하면 눈을 밝게 해주는 효과까지 있다.
때문에 냉이를 양념식초에 새콤달콤하게 무쳐 먹으면 춘곤증(春困症)이 풀리고 봄철의 나른함이 없어지며 식욕(食慾)이 나게 된다.
냉이된장국도 좋다.
냉이를 제철에 많이 사다가 잘 다듬은 후 말려서 보관했다가 피로(疲勞)할 때마다 차(茶)처럼 끓여 마셔도 좋다.
쑥은 봄 향기로 식욕(食慾)을 증진시키고 소화(消化)를 촉진하면서 겨우내 얼어붙었던 몸을 따뜻하게 녹이는 역할을 한다.
수족냉증(手足冷症)이나 대하증(帶下症)이 풀리고 체력(體力)을 키워준다.
그래서 봄철 쑥은 처녀 속살을 키운다는 속담까지 전해져 올 정도이다.
쑥국, 쑥떡 등 어떻게 요리하던지 다 좋다.
만성의 고질적 질병에 3년 묵은 쑥이 명약이라고 맹자(孟子)가 얘기했다지만 갓 뜯은 쑥도 명약이다.
봄철 생선으로는 조기가 맛이 있다.
조기는 이름 그대로 기운을 보조하는 생선인데, 인체 기능을 활성화하는 에너지 조장 효능이 대단한 생선으로 알려져 있다.
구이를 해서 찬물에 밥을 말아 함께 먹고 나면 기운이 난다.
비뇨기(泌尿器) 결석증(結石症)을 치료할 만큼 체내에 축적된 묵은 불순물들을 체외로 말끔히 배설시키므로 온몸이 가뿐해지고 새로운 활력(活力)이 생기게 하는 것이 바로 조기이다.
이때쯤이면 진달래꽃으로 담근 두견주(杜鵑酒)나, 복숭아꽃을 넣어 빚은 도화주(桃花酒), 소나무 새순을 따 넣고 빚은 송순주(松荀酒)도 일품이다.
행당(杏餳)과 맥락(麥酪)도 일품으로 꼽힌다.
이규보(李奎報)의 시에 행당(杏餳), 맥락(麥酪)이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고려시대 이전부터 봄철 음식으로 즐겨왔던 것 같다.
살구씨를 넣은 엿이 행당(杏餳)이요, 보리 엿기름으로 짠 젖 같은 것이 맥락(麥酪)인데, 이제는 다소 잊혀져가는 음식들이다.
그러나 봄이면 여전히 두릅이나 씀바귀 등이 식탁에 오르는 것을 보면 우리의 입맛은 전통성을 잃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봄철 온몸이 나른한 것을 푸는 것이 두릅이요, 심장(心臟)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씀바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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