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이 좀 있는 50대 남자 분이 평소 고혈압(高血壓)이 있었는데, 4개월 전부터 정신적 육체적 과로가 겹쳐 급기야 위출혈(胃出血)이 되었는데 빨리 지혈이 되지 않아 수혈을 많이 하였다.
보름 만에 퇴원했는데, 이전에는 고혈압이라도 어지럽지는 않았는데, 요즘은 자꾸 어지럽다고 한다.
환자 본인이 생각하기를, 수혈한 피는 내 피가 아니니 피를 만들기 위해서 장어를 먹자고 하고 수십만 원어치를 먹었다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어지러워서 이번엔 한의원(韓醫院)에 가서 확실하게 보를 해보자고 내원하였다.
고혈압이란 혈관 벽이 굳어지거나, 피가 걸쭉해지거나, 모세혈관에서 저항이 생길 때 심장이 부담이 되어 용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고혈압에 피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피가 오고 가고 더워지고 식어지고 하는 현상이 모두 기운에 달렸다.
위출혈 전까지는 그래도 기운이 있어 어지럽지는 않았지만, 위출혈 때 피는 수혈로 보충했다 하더라도 기운은 몹시 상했다.
그러니 피의 점도나 혈관상태는 같다 하더라도 피를 좌지우지하는 기운이 떨어졌으니 머리에서 피의 출입이 전보다 원활하지 못하게 되어 현기증(眩氣症)이 발생된 것이다.
이런 현기증을 빈혈(貧血)로 잘못 생각해서 피를 도우려고 고단백의 식사를 하고 있었으니 피는 더 걸쭉해질 것이고, 그 덕에 혈관 벽에 찌꺼기가 더 붙어 혈관이 굳어질 것이고, 하루 생활에 초과되는 칼로리는 지방으로 저장되니 모세혈관이 지방에 눌려 말초순환이 더 나빠지게 된다.
그러니 가뜩이나 기운이 없어 피의 출입이 흔들리는데 조건이 더 나빠지니 더 어지러워지게 된다.
흔히들 기운이 없으면 음식으로 보를 잘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분도 그래서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영양이 모자랄 때는, 영양을 도와서 그 영양으로 기운을 차리게 해야지, 영양과잉이나 비만의 경향이 있는데도 영양을 도우면 기운을 만들기는커녕 몸을 더 힘들게 한다.
기운 나는 데는 마음 편안한 것 이상이 없다.
이 분의 경우는 육류 섭취는 맛을 보는 정도로만 하고 담백하고 소박한 식사가 적합할 것이다.
또 앞에서 피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기운이고, 고혈압이란 기운이 올라가서 피가 따라 올라가는 것이므로 담백한 식사와 아울러 자의든 타의든 열을 받고 성내고 고함지르는 일이 가장 위험하니 꼭 주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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