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年末)에는 송년회(送年會)가 자주 있게 된다.
무슨 모임이다 동창회다 해서,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자주 모이다 보니, 1차, 2차에서 끝나지 않고 오래 마시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다음날 숙취(宿醉)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주량이 약하거나, 체력이 약한 사람은 다음과 같은 것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첫째, 술을 너무 차게 먹지 말아야 한다.
보통 술이 열(熱)이 많다고 해서 차게 먹으면 술도 덜 취하고 맛도 좋다고 하는데, 건강에는 매우 좋지가 않다.
술이 열(熱)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실컷 뛰고 나면 후줄근히 지치듯이, 술이 온 내장(內臟)을 흔들어 놓았으니, 이렇게 열(熱)을 내고 나면, 몸이 나른해지면서 빨리 식게 된다.
또 술이란 피를 위로 띄우고 피부로 쫓아내니, 내장(內臟)과 하체(下體)는 피의 활동이 적어져, 당장은 소변(小便)이 잦아지며, 과하면 배가 차게 된다.
마치 손님이 다 타기도 전에 엘리베이터가 냉큼 올라가 버리는 격이다.
더구나 한겨울에 차갑게 냉동시킨 술을 마구 마셔 댔으니, 장(腸)이 식으면 설사(泄瀉)를 하게 되고, 위장(胃腸)이 식으면 메스껍고 입맛이 떨어지며, 지병(持病)이 악화된다.
당연히 숙취(宿醉)도 심해진다.
그러므로 술에 자신이 없으면, 가급적 따뜻하게 데워 먹던지, 그게 안 되면 적어도 냉장이 안 된 술을 주문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에도 냉장고에 맥주를 넣어 두는 집이 많은데, 건강하니까 견딘다는 말이지, 차게 한 맥주를 몇 년간 실컷 먹고, 장(腸)이 나빠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둘째, 독주(毒酒)를 조심해야 한다.
가뜩이나 머리가 복잡한 세상살이에 시달려 신경성(神經性) 위장병(胃腸病)이 많은데, 도수가 높은 술이 위벽(胃壁)을 할퀴는 데야 어찌 당할 수 있을까?
주당(酒黨)들은 ‘빈속에 소주나 양주를 마셔야, 뱃속이 화닥화닥하니 술 맛이 난다.’라고 하는데, 수십 년 술 마실 주법(酒法)은 아닌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독주(毒酒)를 마셔야 된다면, 따끈하게 데운 물을 홀짝홀짝 마셔 가며 먹는 것이 좋다.
기분 좋게 취기(醉氣)도 오르거니와 술이 빨리 깬다.
물론 뒤끝도 개운하다.
그렇지 않으면, 술기운이 도는 건지 어떤지도 모르면서, 자기도 모르게 과음(過飮)을 해 놓고 집에 가서 왈칵 취하는 바람에 다음 날까지 고생하는 것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숙취(宿醉)가 오는 것일까?
간밤의 술을 못 이겨낸 덕분에 온몸 조직에 염증(炎症)과 찌꺼기(濕熱)가 생겨 괴로운 것이다.
그러나 갈증(渴症)이 난다고, 찬물을 함부로 마시는 것은 잘못이다.
튼튼한 사람은 탈이 없을 수는 있지만, 허약 한 사람은 평소에도 아침 식전에 생수(生水)를 한잔만 마셔도 배가 아픈데 술까지 마신 뒤라 내장(內臟)이 지쳐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보온(保溫)을 해야 할 판에 찬물을 마시면, 당장 배가 빵빵하고 소화(消化)가 안되던지, 설사(泄瀉)를 하게 된다.
술이 약한 사람은, 몇 잔만 마셔도 한기(寒氣)가 드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술이 열(熱)을 낼 때, 우리의 몸은 오히려 지쳐서 식기 시작한다.
흔히 숙취(宿醉)에 땀을 내면 개운하다고 한다.
땀낼 때 주독(酒毒)이 좀 풀리니, 시원하기는 하다.
그러나 사우나에서 한증(汗蒸)으로 땀만 자꾸 빼게 되면, 기운의 소모가 오히려 더 많아지게 된다.
약(藥)으로 말하자면, 파나 소엽(蘇葉) 같은 피부(皮膚) 발산제(發散劑)가 아니라, 진피(陳皮), 칡(葛根), 생강(生薑), 계피(桂皮)처럼 내장(內臟)에서부터 피부(皮膚)까지 전신의 조직을 두루 헤쳐서, 주독(酒毒)과 염증(炎症)을 풀어주는 약이 적격이다.
그러므로 숙취(宿醉)에 생강(生薑)과 계피(桂皮)로 만든 수정과(水正果)를 따끈하게 마시던지, 가벼운 운동으로 자연스럽게 땀내는 것을 더 좋다.
역시 숙취(宿醉)에는 북어에 콩나물과 무를 넣고 푹 끓여 먹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물고기는 육류보다 성질이 담백하고 서늘해서, 술로 인한 염증(炎症)을 시원하게 한다.
특히 북어는 더욱 담백하며, 집에 보관하기도 쉽다.
콩나물과 무는 원래 해독(害毒)을 잘하는 음식이다.
잘 붓는 사람은 팥이나 호박을 달여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항간의 이야기와는 달리 꿀은 권하지 않는다.
약간은 몰라도, 술로 인해 위장(胃腸)에 염증(炎症)이 발생되어 소화 기능이 좋지 않을 때, 진한 꿀 차를 마시면, 꿀의 단맛이 위장(胃腸)을 더 뻑뻑하게 만들어, 소화 기능을 더 저하시킨다.
그러나 술에 많이 시달려, 위장(胃腸)이 메말라진 사람은 먹어도 좋다.
‘담욕대(膽欲大) 심욕소(心欲小)’란 말이 있다.
쓸개는 중정(中正)을 맡아 감정을 잘 조절하니, 중정(中正)은 많이 할수록 좋고, 심장(心臟)이 작아지자는 것은 마음은 항상 조심하자는 뜻이다.
그런데 술은 흥분제이다 보니, 술에 취하게 되면, 조심성이 없어지고, 마음이 넘쳐 실수를 쉽게 하게 된다.
이 말을 명심하는 것이 숙취의 근본 해결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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