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머리를 긁는 첫째 아들, 수시로 콧물을 닦는 둘째 아들, 눈을 쉴 새 없이 비비는 셋째 아들, 이렇게 손버릇 나쁜 세 아들을 두고 있는 애비가 오늘은 귀한 손님이 오니 제발 손을 가만두고 점잖게 참으라고 신신당부했다.
약속대로 세 아들은 손님 앞에서 얌전을 떨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근질근질하여 참을 수 없는지라, 첫째 아들이 “내가 어제 산에서 사슴을 봤는데 머리에 뿔이 이렇게, 이렇게 났더군.” 하면서 사슴 뿔 흉내를 내며 머리를 벅벅 긁으니, 둘째 아들이 “그래서 내가 활을 이렇게, 이렇게 쐈지.” 하면서 활 쏘는 시늉으로 콧물을 쓱쓱 닦았다.
그러자 셋째 아들이 “내 눈으로 못 봤으니 모두들 거짓말이야, 거짓말.” 하면서 두 손을 홰홰 내저으며 눈을 비벼댔다.
손버릇 나쁜 이 세 아들처럼 머리가 근질거리거나 비듬이 잘 생기고 심하면 두피(頭皮)에 덮개가 두텁게 앉고 맑은 콧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면서 재채기를 계속 해대거나 항상 감기 기운이 떨어지지 않고 혹은 눈이 가려워 비벼대거나 곧장 충혈(充血)되고 안정피로(眼睛疲勞)가 심하면서 눈이 시다고 하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를 알레르기(allergy) 질환이라고 한다.
이쯤에서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더 심한 경우에는 이런 증상과 더불어 목에 뭔가 걸린 듯 답답하여 헛기침을 하고 천식(喘息)처럼 숨을 헐떡이면서 숨소리가 듣기 거북할 정도로 쌕쌕거리는가 하면, 마치 밥투정하는 듯 걸핏하면 배가 아프다고 하고 변비(便祕) 아니면 설사(泄瀉)를 하는 등 장(腸)의 과민성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피부(皮膚)가 가렵고 건조해 긁다보면 피가 맺히고 검어지면서 두툼해지고 태선화(苔癬化, lichenification)를 이루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복합성(複合性), 전신성(全身性), 만성(慢性)의 알레르기(allergy)를 아토피(atopy)라고 한다.
아토피(atopy)란 ‘이상한’이란 말이다.
그러니까 이 질환은 이상한 체질에, 이상한 증상이, 이상하게 반복, 재발되면서, 이상하게 유전(遺傳)적 경향을 띠기 때문에 완전무결하게 완치시키기 어렵다.
다만 이 질환은 열(熱)을 수반하는 경향이 짙다.
선천적으로 열(熱)을 갖고 있기에 이 질환을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태열(胎熱)이라고 했다.
그래서 열(熱)을 잘 받아 감정이 쉽게 격해지고 괜히 부산스럽고, 더위를 못 참으며, 배를 드러내고 시원하게 잠을 자려 하며, 찬물을 즐겨 찾는다.
까닭에 이 질환은 스트레스를 경감시켜야 하며, 될수록 몸을 서늘하게 하고 습도를 조절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목욕도 샤워 위주로 하고, 샤워가 끝나면 냉기가 좀 가신 찬물로 다시 샤워해서 몸의 열기를 식혀야 하며, 보습제(補濕製)로 마무리를 해야 한다.
음식도 열성(熱性)식품을 제한해야 한다.
아이스크림, 초콜릿, 코코아를 비롯해 찹쌀, 기름기 육류, 등 푸른 생선, 자극성 있는 향신료 등을 피하고, 되도록 살코기나 흰살 생선 혹은 멥쌀, 콩, 보리, 녹두 등을 혼합한 음식을 위주로 하고, 감자, 연근, 미나리, 양배추 등 성질이 열(熱)하지 않은 음식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건조한 계절일수록 심해지는 이 질환은 실내가 메마르고 건조할수록 심해진다.
또한 가족 간의 애정이 치료제로 큰 몫을 한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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