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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칼럼

한약(韓藥, Korean herbology) 달이는 법

by 예당한의원 2023.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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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의 바닥 위에 검정색 나무 깔판을 두고, 그 위에 삼베로 만든 천을 놓고, 그 위에 한국의 전통적인 약인 한약을 반쯤 담은 하얀 사기그릇을 놓아 둔 사진
한약

 한약(韓藥) 달이는 데 무슨 특별한 기술이 있어야 되는 걸로 생각하여, 미리부터 겁을 내는 사람이 더러 있는 것 같다.

 

 한약(韓藥) 달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라면 끓이는 것과 비슷하다.

 

 국 끓이듯이 물 붓고 좀 끓여서 국물만 마시면 된다.

 

 한약(韓藥) 달일 줄 모르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다.

 

 

 첫째, 달이는 그릇은 무엇이든 상관없다.

한문이 적혀 있는 종이 바닥 위에 네모난 나무 쟁반을 두고 그 위에 하얀 사기그릇에 한약을 반쯤 담아 두고, 그 옆에는 각종 한약재를 두었고, 나무 쟁반 옆에 전통 약탕기와 종이로 한약을 쌓은 첩약을 3첩 끈으로 묶어 놓은 사진
한약재와 약탕기

 꼭 약탕기(藥湯器)에 달여야 되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 쇠에 달이지 말라고 한 것은 쇠에 반응하는 약()이 있기 때문이고, 요즘은 다 잡철(합금)이지 무쇠 그릇은 쓰지 않으니 상관없다.

 

 알루미늄 냄비든, 스테인리스 냄비든, 코팅된 냄비든, 순두부찌개 뚝배기든, 유리 주전자든 음식 만드는 그릇은 전부 한약(韓藥)을 달여도 된다.

 

 바닥만 좀 좁으면 그만이다.

 

 바닥이 넓으면 약이 물위로 나와 덜 달여지기 때문이다.

 

 그 중에 알루미늄 그릇이 좀 약한 편이어서, 보통 약()은 괜찮으나, 녹각(鹿角)을 많이 넣고 여러 시간 달이면 그릇이 좀 삭는다.

 

 

 둘째, 연탄불이나 숯불에 달여야지 가스불에 달이면 안 되는 줄로 아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은 가스불만큼 약()을 달이기 좋은 것도 없다.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그 위에 유리주전자를 놓고 물을 반쯤 부으면서, 끓이고 있는 사진
가스불

 물 붓고 약()이 끓을 때까지는 센 불에 달여도 상관이 없고, 일단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줄여 약()이 살금살금 끓도록 해서 달이면 된다.

 

 그러므로 불 조절하기 어려운 연탄불보다 요즘 많이 쓰는 가스불이 훨씬 낫다.

 

 

 셋째, 달이는 시간 또한 오래 걸리지 않는다.

대추, 감초, 원육, 계피, 팔각, 의이인, 백작약 등 한약재를 썰어서 대나무로 만든 소쿠리와 함께 바닥에 흩어 놓은 사진
한약재

 대개 한약재(韓藥材)가 잘 우러나도록 미리 잘게 썰어 놓기 때문에, 급할 때는 20~30분만 달여도 대충 우러난다.

 

 권하기로는 1~2시간이 제일 좋다.

 

 오래 끓일수록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데, 뿌리 종류는 오래 달이면 조금 더 우러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처방에 향기(香氣)가 많은 약재들이 있기 마련이고, 이런 약재(藥材)는 오래 달일수록 냄새가 달아나서 약 효력이 줄어든다.

 

 

 넷째, 재탕(再湯)은 안 해도 된다.

나무 바닥 위에 가운데에 계피를 끓여서 만든 수정과를 동그랗고 하얀 그릇에 가득 담아 놓고, 그 주변으로 계피와 나뭇잎을 많이 흩어놓고 찍은 사진
수정과

 이미 초탕(初湯)에 우러날 만큼 우러났기 때문에, 아무 연고도 없고 아픈데도 없이 그저 단순한 보약(補藥)으로 시름시름 먹는다면 재탕(再湯)을 해도 좋겠지만, () 치료(治療)를 위해서는 재탕(再湯)은 생략하고 초탕(初湯)만 복용한다.

 

 수정과(水正果) 만들 때, 계피(桂皮)를 한 시간쯤 달여 첫물을 받아내고 다시 물 붓고 달이면, ()은 첫물처럼 거무스름하니 꼭 잘 우러난 것 같으나, 맛을 보면 단 맛과 향은 하나도 없고 떫은 맛뿐이다.

 

 그래도 정 아깝다고 생각되는 분은, () 달이기 전에 미리 물을 붓고 좀 불려 놓았다가 끓이면 더 잘 우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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