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령(茯苓) 장복하면 홍안(紅顔) 소년 같아져

한방(韓方) 처방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약재(藥材)를 제일 사용빈도가 큰 것부터 나열하면, 감초(甘草), 당귀(當歸), 복령(茯苓), 진피(陳皮), 인삼(人蔘)의 순서라고 한다.

역시 감초(甘草)는 ‘약방(藥房)의 감초(甘草)’임이 틀림없어 거의 어느 처방에나 대개 들어있게 마련인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감초(甘草)는 이렇다 할 약효(藥效)는 없고 다만 맛이 달기 때문에 탕약(湯藥)의 맛을 좋게 해주기 위한 교미제(矯味劑)로 사용하는 것이려니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왔다.
그러나 요즘 알려진 바에 의하면 글리시리진(glycyrrhizin)이라는 주성분이 부신피질(副腎皮質) 호르몬 비슷한 작용을 하며 때문에 스트레스(stress) 해소와도 관계가 있다는 학설이 나돌기 시작하면서부터 만능약(萬能藥)으로써 감초(甘草)를 다시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런 식으로 과학적 근거가 하루바삐 부여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복령(茯苓)’이라는 약(藥)이 있다.
처방 분석에서도 세 번째로 많이 사용될 뿐만 아니라 동의보감(東醫寶鑑)의 단방(單方) 양생보약(養生補藥)으로도 올라 있다.
“장복(長服)하면 연년(延年) 내로(耐老)하고 얼굴이 홍안(紅顔) 소년과 같아진다.”고 하였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 효능인가 말이다.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本草綱目)을 보면 “복령(茯苓)은 복령(茯靈)이며 소나무의 신령(神靈)의 기(氣)가 복결(伏結)된 것이라는 뜻”이라는 대목이 있는가 하면 “송진(松津)이 땅속으로 흘러들어가서 천년 만에 복령(茯苓)이 된다.”는 거창한 표현도 있다.
복령(茯苓)은 베어 버린 소나무 뿌리에 3~4년에서 15~16년에 걸쳐서 생긴 일종의 혹(瘤)이라고 할 수 있다.
큰 것은 어린애 머리만 하며 그 정체는 식물학상 불완전균류(不完全菌類)에 속하는 기생성균체(寄生性菌體)로 밝혀지고 있다.

그 빛깔에 따라 백복령(白茯苓), 적복령(赤茯苓) 등 두 가지가 있고 중심에 소나무 뿌리를 에워싸고 있는 것을 복신(茯神)이라고 한다.
성분 분석 결과에 의하면 파키만(pachyman)이라는 주성분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성분이 가려지고 있지만 어떻게 선약(仙藥)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균체(菌體)로 되어 있는 한약(韓藥)에 ‘뇌환(雷丸)’이라는 것도 있는데 사람의 말소리를 알아듣는 응성충(應聲蟲)이라는 기생충(寄生蟲)을 없애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그것은 성분으로서 단백질 분해 효소가 들어 있어 그 작용으로 조충(縧蟲)을 구제(驅除)하는 효력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작용이 단일한 치료약(治療藥)의 효과는 가려내기 쉬워도 작용이 복합적인 보약(補藥)의 약효를 규명하기 힘든 것이 바로 한방(韓方) 과학화(科學化)의 어려운 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