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스태미나(stamina)의 상징 미꾸라지

가을의 스태미나(stamina) 식품으로 가을 물고기를 소개한다.
‘추어(鰍魚)’가 바로 그것이다.
“추어(鰍魚) : 미꾸라지, 성(性)이 온(溫)하고, 미감(味甘), 무독(無毒)하다. 보중지설(補中止泄)하며, 일명 추어(鰌魚)라고도 한다.”

이렇게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나와 있는 미꾸라지는 말 안 해도 얼큰한 추어탕(鰍魚湯)으로 식도락가(食道樂家)들에게는 유명한 식품이다.
성(性)이 온(溫)하다는 것은, 한방(韓方)에서 약성(藥性)이 차가운 것, 더운 것 등으로 나누는데, 여러 가지 복잡한 이론도 있지만 우선 먹어서 몸을 훈훈하게 덥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두어도 무방하다.
보중(補中)이란 가슴과 배꼽 사이를 보(補)한다는 뜻으로, 위장(胃腸)에 좋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너무 유머러스하다고 할까?
하여간 몸을 보(補)하는 영양제라는 기재인데 현대 영양학적 견지에서 보더라도 지방(脂肪)과 단백질(蛋白質)이 풍부하고 비타민-A, 크레아틴(creatine), 크레아티닌(creatinine), 히스티딘(histidine), 아르기닌(arginine) 등의 아미노산과 끈적끈적한 점액질(粘液質)에는 위궤양(胃潰瘍)을 방지해 주는 점액소(粘液素) 뮤신(mucin)이 들어 있고, 또 이것을 가수분해(加水分解)하면 리보스(ribose), 글로코스(glucose), 갈락토오스(galactose), 글루코오스아민(glucosamine), 글루쿠론산(glucuronic acid) 등 듣기만 하여도 풍성한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본초학(本草學)의 원서(原書)이라고 할 수 있는 명나라 때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미꾸라지의 효능을 자상하게 나열하는 가운데, “曖中 益氣醒酒 補腎 陽事不起” 등의 매력적인 구절이 눈에 뜨인다.
배를 덥히고 원기(元氣)를 돕고 술을 깨게 하고 스태미나(stamina)를 보(補)하며 양사불기(陽事不起)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 요리의 ‘옥함니(玉函泥)’라는 것은 두부와 미꾸라지를 같이 끓이면 뜨거움을 피해서 미꾸라지가 두부 속으로 파고들어간 것을 요리로 만든 것이다.
잔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와 같이 뚫고 들어가는 것이 좋은 상징이 되어 미꾸라지가 강정(强精)식품이 된다는 해석도 있으니 이런 상징주의가 언제나 한방(韓方) 또는 민간약(民間藥)을 알쏭달쏭하게 만드는 장본인이 되는 것이다.
미꾸라지는 어류(魚類)의 족보상에서 공기(空氣)를 호흡하여 소화기관(消化器官) 속에서 산소(酸素)를 받아들이는 기묘한 생리를 지닌 종류라는 말을 들은 기억도 난다.
미꾸라지를 프라이팬에 기름을 발라 살짝 구워서 물기를 뺀 것을 청주(淸酒)에 넣고 약한 불로 오래 끓이면 걸쭉한 스프가 되는데 그것이 남성 회복의 스태미나(stamina) 요리라는 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