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칼로리 풍부한 스태미나식

가을을 읊은 풍물시가 많지만 빌딩 정글 골목길에서 풍겨 나오는 군밤 냄새처럼 가을을 실감케 하는 것이 또 어디 있으랴?
요즘 밤나무가 경제식수로 재배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매율삼년(梅栗三年)’이라고 하여 심어서 3년 만에 수확할 수 있는 이점도 있겠지만 역시 밤이 우리 생활에 친근함 때문이며, 다른 과일에서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본초학(本草學)에서 다른 과일들은 모두 맛이 시고(酸), 달고(甘) 하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유독 밤만은 함(鹹)이라고 하여 간이 맞는 맛을 지니고 있다고 하였으며, 미함(味鹹)하기 때문이 신(腎)을 보(補)한다고 하였다.

‘栗子 : 性溫 味鹹 無毒 益氣 厚腸胃 補腎氣 令人耐飢’
밤은 원기(元氣)를 돕고 위장(胃腸)을 튼튼하게 하며 몸 전체의 스태미나(stamina)를 보(補)하고 배고플 때 식량(食糧)이 된다.
그러므로 ‘果中 栗最有益 : 밤은 과일 중에서 가장 몸에 이로운 것’이라고 하였으며, 먹는 방법으로는 ‘生栗可於熱灰中煨 令汁出 食之良 不得通熱 熟則雍氣 生則發氣···’라 하여 불에 살짝 구워서 진물이 나올 정도가 제일 소화(消化)에 좋으며 날 것이나 지나치게 구운 것은 나쁘다고 하였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에게 밤을 너무 많이 먹이는 것은 해롭다고 경계하고 있는데,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그와 같은 중국 본초학(本草學)의 구절을 인용하지 않고 있음은 대수롭지 않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일까?
‘小兒不可多食 生則雜化 熟則滯氣 膈食生蟲 往往致病’
‘飼孩兒 令齒不生’
어린아이들에게 많이 먹이면 치아(齒牙)가 잘 돋아나지 못한다는 것은 그냥 소화불량(消化不良) 되기 쉬운 것을 말함인지 또는 지나치게 먹으면 어떤 영양편의(營養偏倚)가 되어 치아(齒牙)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밤에는 탄수화물이 40%나 함유되어 있어 칼로리가 100g에 180㎈나 되니 퍽 많은 셈이다.
비타민-B1이 0.3㎎, 비타민-B2가 0.14㎎, 비타민-C가 30㎎이 되니 겨울철의 비타민 공급원으로도 아주 좋다.
당나라의 태종이 밤을 삶은 것을 말려서 ‘가동반(可動盤)’이라고 하여 군량(軍糧) 문제를 해결하였다는 고사도 있고, 소동파(蘇東坡)가 각약(脚弱, 다리에 힘이 약해지는 증상)을 풍건율(風乾栗)로 고쳤다는 시(詩)도 있다.

‘一毬三顆 其中扁者 栗楔也’
밤송이 하나에 밤톨이 세 개 들어 있는 한복판 가운데 것을 율설(栗楔)이라고 하여 약용(藥用)으로 쓰고, 밤의 내피(內皮)를 율부(栗荴)라고 하여 가루로 만들어 꿀에 개어 얼굴에 바르면 금세 주름이 펴지고 얼굴에 광택이 생긴다고 하였는데, 들어있는 타닌(tannin)때문에 수렴(收斂) 작용이 나타나서 피부(皮膚)가 팽팽해지기 때문인가 추측하고 있다.
요즘 부신피질(副腎皮質) 호르몬이 들어 있는 크림을 미안용(美顔用)으로 사용하는 것도 세포(細胞)의 수분대사(水分代謝)에 영향을 주어 일시적으로 피부(皮膚)를 팽창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