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는 체(滯)한데 좋고, 꼭지의 독(毒)은 사향(麝香)으로 풀어

수박과 더불어 참외는 여름 과일의 여왕이라고 말한 문인(文人)이 있지만 아닌 게 아니라 원두막과 참외는 빼놓을 수 없는 여름 경물(景物)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도 “甜瓜西瓜爲滌暑之需 : 참외와 수박은 더위를 씻어내는 음식”이라고 하였다.
고려청자로 된 과형기물(瓜形器物)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도 참외가 옛날부터 사랑 받은 과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甜瓜 : 성질은 차며, 맛이 달고 유독(有毒)하며 갈증(渴症)을 멈추고 번열증(煩熱症)을 고치며 소변(小便)을 잘 나오게 하고 뱃속의 답답한 기운을 없애며, 구비(口鼻)의 창(瘡)을 다스린다. 너무 많이 먹으면 냉증(冷症)이 생겨 배탈이 나고 팔다리에 힘이 없어진다.”
또한 물에 가라앉는 것과 참외 한 개에 꼭지와 배꼽이 두 개씩 달린 것은 사람을 죽인다는 기록이 있는데 무슨 근거에서일까?

참외 자체는 독(毒)이 없지만, 참외 꼭지에는 독성(毒性)이 있다.
한방(韓方)에서는 과체(瓜蔕)라고 하며 “전신(全身)의 부종(浮腫)을 고치고 가루를 코에 넣으면 비육(肥肉)을 없앤다. 또 황달증(黃疸症)과 모든 과식(過食)을 다스리고 토(土)하게 하는 약(藥)이며, 청과(靑瓜)의 꼭지가 더 좋다.”고 되어 있다.
민간요법(民間療法)에서 참외 꼭지 말린 것을 가루로 하여 코에 불어넣으면 노란 콧물이 나오면서 황달(黃疸)이 낫는다고 하지만 황달(黃疸)이라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 간(肝) 계통 질환의 증상에 해당되는 것이므로 모두 그렇게 간단하게 치료될 성질이 아닐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참외 꼭지에는 엘라테린(elaterin)이라는 고미(苦味)질 성분이 들어 있어 이것이 독성(毒性)이 강하여 구토(嘔吐)를 일으키게 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규명되고 있다.
참외 자체에는 포도당(葡萄糖), 설당(雪糖) 등의 당분(糖分)과 프로테아제(protease) 등 효소(酵素)도 들어 있어 좋은 과일이지만 자칫 많이 먹어 배탈이 나기 쉬운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

참외씨는 과자(瓜子)라고 하여 글로불린(globulin), 글루텔린(glutelin), 지방유(脂肪油) 등의 성분이 들어 있는데, 한방(韓方)에서는 구취(口臭)나는데 찧어서 입에 문다고 하였다.
당나라 재상 왕탁(王鐸)이 희첩(姬妾)을 수백 명이나 거느리고 있었는데 그들 일행이 지나가기만 하면 그 일대 수십리 사방의 참외가 모두 열매를 열지 못했다.

결국 그 여자들이 몸에 지니고 있는 향료(香料) 때문이라는 것이 알려져 그때부터 참외 먹고 체한 데는 사향(麝香)이 약(藥)이 되었다고 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참외 꼭지를 사향(麝香)으로 푼다는 처방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