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칼럼

운동 부족한 체기(滯氣)에는 귤껍질차

예당한의원 2025. 11. 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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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저녁에 가벼운 복장을 한 젊은 남녀가 가방을 하나씩 메고 시골의 한 흙길을 나란히 걷고 있는 것을 찍은 사진
운동

 아이러니컬한 사실이지만 사람은 분주해서 금방 쓰러질 듯이 쩔쩔 맬 때보다도 한가하게 되었을 때 병()이 나기 쉽다.

 

 우스운 말로 눈코 뜰새없이 분주해서 병() 앓을 겨를도 없다는 표현은 아닌 게 아니라 사실인 것이다.

 

 생명(生命)의 본질이 원래 ()’이요, 변화이고 보면 정체(停滯)하면 병()이 생기게 마련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기일즉체(氣逸則滯, ()가 안일(安逸)해지면 체()하게 된다.)’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니 위() 속의 음식물이 내려가지 않으면 체()하듯이 전신(全身)의 원기(元氣)가 순환되지 못하고 체()하면 병()이 된다는 것이다.

 

한 실내 체육관에서 남녀 8명이 가벼운 운동복을 입고 에어로빅을 하면서 즐거워 하고 있는 것을 찍은 사진
에어로빅

 분주한 사람은 한가한 것을 갈망하며 한거가이양지(閑居可以養志)”로 적당한 휴식(休息)이 좋은 레크리에이션(recreation)이 될 수 있음은 말한 나위 없다.

 

 레크리에이션(recreation)이란 새로운 활력(活力)을 얻는다는 뜻이니 그게 바로 양지(養志)인 것이다.

 

 현대생활은 바쁜 사람은 기계처럼 바쁜 반면에 한가한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이 지루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유한마담이니 레저 붐이니 하는 말들이 생겨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고 유쾌하게 시간을 보내느냐가 바야흐로 문명국들의 큰 문제가 된다고 하여 사람이라는 생물의 학명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대신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고 하자는 사람도 있다.

 

 즐겁게 유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한가하면 건강(健康)을 해칠 뿐 아니라 小人閑居爲不善이라, 마음마저 불건전하게 되는 것을 옛날부터 경계하고 있다.

 

 고단하고 지치는 것은 반드시 중노동을 해서만이 아니라 뻔뻔히 놀아서도 생기는 것이다.

 

 너무 한가로우면 질병(疾病)이 생기기 쉽다.

 

 대개 한가한 사람은 운동(運動)이 부족하고 들어앉아 포식(飽食)만 하게 되니 경락(經絡)이 불통(不通)하고 혈맥(血脈)이 정체(停滯)하게 된다.

 

 ‘貴人貎樂而心勞 賤人心閒而貎苦

 

 잘 사는 사람은 겉으로 보아 볼품은 좋으나 속은 괴롭고, 고달픈 신세의 사람은 겉은 초라하나 속은 편한 법이다.


 팔자 좋게 가만히 앉아 잘 먹고 편히 지내면 병()이 생기니 적당한 운동(運動)을 해야 하며, 기체(氣滯)가 심한 경우에는 귤피일물탕(橘皮一物湯)’을 쓰면 된다고 하였다.

 

 귤껍질을 물에 넣어 끓여서 차()로 마시는 처방이다.

 

귤 껍질을 깨끗하게 세척하고 건조시킨 것을 편으로 얇게 썰어 놓은 진피를 흰색 바닥 위에 대나무로 만든 동그란 깔판을 놓고 그 위에 수북하게 놓아두고 찍은 사진
진피

 귤껍질은 새것을 청피(靑皮)라 하고 오래 묵힌 것을 진피(陳皮)라고 하는데, 본초학(本草學)에서는 육진팔신(六陳八新)이라고 하여 오래 묵을수록 좋은 약 6종과 새것일수록 좋은 약 8종을 들고 있는 가운데, 진피(陳皮)는 육진(六陳) 중의 하나이다.

 

 귤껍질에는 정유(精油) 성분, 리모넨(limonene), 헤스페리딘(hesperidin), 비타민(vitamin) 등이 들어 있어 방향성건위약(芳香性健胃藥)이 된다는 것은 현대 약물학(藥物學)에서도 인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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