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속이 쓰린데 좋은 모과차(木瓜茶)

가을의 거리를 향기롭게 하는 것이 두 가지 있으니 하나는 모과(木瓜)요, 또 하나는 탱자(枳實)이다.
한두 개 구하여 서재에 놓으면 청향(淸香)이 방안에 충만하니 이 아니 운치스러운가?
또한 이 두 가지가 모두 약(藥)이나 차(茶)의 재료로도 유용하니 더욱 좋다.

모과(木瓜)는 광택 있는 황금색도 멋이 있지만 독특한 향기(香氣)가 천하일품(天下一品)이다.
모과(木瓜)를 식물학적으로 따지자면 ① 추피모과(皺皮木瓜), ② 광피모과(光皮木瓜), ③ 일모과(日木瓜)의 3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산출되는 것은 광피모과(光皮木瓜)에 해당되는 것이며, 본초상으로는 명자(榠樝)라는 것이다.
원래 중국에서 모과(木瓜)라고 하는 것은 추피모과(皺皮木瓜)인데, 이 두 가지는 모든 성질이 비슷하고 다만 모양이 명자(榠樝)는 꼭지 부분이 밋밋한 데 비하여 중국모과(中國木瓜)는 젖꼭지 모양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것을 유난히 명자(榠樝)라고 할 필요도 없이 그냥 모과(木瓜)라고 하면 된다.
한 가지 우스운 사실은 대만에서 파파야라는 열대 과일을 속칭 목과(木瓜)라고 하는데 이것은 우리의 모과(木瓜)와는 얼토당토않은 것이며 그것은 모과(木瓜)와 혼동한 책들이 있다는 것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의 모과(木瓜) 및 명자(榠樝)의 기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木瓜 : 性溫 味酸 無毒 主霍亂大吐 下轉筋不止 消食止痢後渴 治奔豚及脚氣水腫消渴口逆 痰唾 强筋骨 療足膝無力 實如小瓜 醋可食 然不可多食損齒及骨···勿令犯鐵 用銅力削 去皮及子 薄暴乾’
모과(木瓜)는 토사곽란(吐瀉癨亂) 후에 다리에 쥐가 내리는 것을 고치며 음식 소화(消化)를 촉진하고 설사(泄瀉) 뒤 갈증(渴症)나는 것, 가슴 치밀어 오르는 것, 각기(脚氣), 수종(水腫)다리, 구역(口逆) 등을 다스리고 담(痰)을 삭이며 근육(筋肉)과 뼈(骨)를 튼튼히 하고 다리 힘이 약한 것을 고치지만 산기(酸氣)가 많아서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치아(齒牙)와 뼈(骨)가 오히려 약해진다. 철기(鐵器)를 접촉시키지 말 것이며 구리칼로 껍질과 씨를 없애고 얇게 저며서 볕에 말려 두었다가 사용한다.(우리 가정에서 얇게 저민 것을 설탕에 재워 두었다가 차(茶)를 끓이는 데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명자(榠樝)와 모과(木瓜)는 약효가 대동소이하며 주독(酒毒)과 이에 따르는 메스꺼움이나 속 쓰린 데 등에 좋아서 술을 많이 마실 수 있게 하며 냄새가 향기로우면서도 매워 옷장에 넣어 두면 좀 벌레가 죽는다는 것이다.
눈으로 보아 좋고, 향기로워 냄새 좋고, 차(茶)로 끓여 마시면 주독(酒毒)을 푼다니, 이래저래 풍류객(風流客)들이 사랑할 만한 것이 모과(木瓜)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