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분(輕粉), 창포(菖蒲)잎 달인 물로 몸을 씻는다. - 辟蚤虱
“百姓日用에 無關하면 學이 아니다.”라는 말은 실학자(實學者) 정약용(丁若鏞)이 학문하는 본뜻을 나타낸 것이다.
학문이 심오해지면 할수록 내용이 실사회와 동떨어져 추상적 고답적이 되기 쉽고 자칫하면 공리공론(空理空論)에 흐리기 쉽다.
선조(宣祖)께서 허준(許浚)으로 하여금 동의보감(東醫寶鑑)을 편찬 저술하도록 어명을 내리실 때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지시까지 밝힌 것을 보면서 선조(宣祖)께서도 실학(實學)정신이 투철하였음을 알 수 있다.
‘近見中朝方書 皆是抄集庸瑣不足觀 爾宜衰聚諸方 輯成一書··· 窮村僻巷無醫藥而夭折者多 我國鄕藥多産而人不能知 爾宜分類並書鄕名使民易知’
근자(近者)에 보건데 중국(中國)의 의학(醫學) 처방서(處方書)가 모두 간략하고 내용이 보잘 것 없으니 모든 방서(方書)를 모아 완전한 책을 엮어 만들되··· 우리나라는 궁촌벽지(窮村僻地)에 의약(醫藥)이 없어 일찍 사망(死亡)하는 백성이 많으니 우리나라에서 많이 생산되면서도 알지 못해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고장의 약(藥) 이름을 함께 기록하여 백성들이 알아보기 쉽게 할지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은 위로는 생명철학(生命哲學)에서부터 밑으로는 백성들의 자질구레한 고통(苦痛), 예컨대 이나 벼룩 없애는 처방까지 망라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辟蚤虱 : 菖蒲甚去虫 殺蚤虱可辟去之 水銀殺皮膚中虱 唾硏塗之斃虱 輕粉亦同···’
벼룩과 이를 물리치는 법 : 창포(菖蒲)가 벌레 없애는 작용이 커서 벼룩과 이를 죽여서 없애 버린다. 수은(水銀)이 털 속의 이를 죽이니 수은(水銀)을 침에 개어 바르면 이가 죽으며 경분(輕粉)도 같은 작용이 있다.
창포(菖蒲)의 잎이나 뿌리를 달인 물로 머리를 감거나 몸을 씻으면 이가 없어진다는 것인데 옛 풍습에 단오(端午)날 창포(菖蒲) 달인 물로 머리를 감는 것도 이런 데서 연유한 것이다.
전쟁 중 피난민들에게 이가 들끓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며 2차 세계대전 후에 DDT 덕택에 이를 없앤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DDT의 위력이 없어지고 쓰지 못하게 되자 다시 이가 생겨나서 요즘 일본, 미국 등에서는 큰 문제가 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음모(陰毛)에 생기는 ‘사면발이’라는 이는 일종의 성병(性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적인 접촉으로 전파되는 경우가 많은 고약한 것인데, 수은(水銀) 연고를 비벼 바르면 전멸되지만, 무서운 수은(水銀)인 만큼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