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을 항문(肛門)에 넣으면 변(便)이 통한다. - 導便法
관장법(灌腸法)이라는 것이 있다.
어린아이가 오랫동안 대변(大便)을 보지 못했을 경우 약액(藥液)을 항문(肛門)으로 주입해 주면 그 자극에 의하여 변(便)이 나오게 되는 방법이다.
소아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관장(灌腸)을 하며 또 관장(灌腸)의 목적도 변(便)이 나오게 하기 위한 배변관장(排便灌腸)뿐만 아니라 입으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할 경우 영양을 공급하기 위한 영양관장(營養灌腸) 및 직접 치료에 필요한 약(藥)을 주입해 주기 위한 치료관장(治療灌腸) 등의 세 가지 목적으로 나눌 수 있다.
관장법(灌腸法)을 서양에서 개발된 치료법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우리 조상들도 벌써부터 관장법(灌腸法)을 응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관장(灌腸) 기술의 개발역사를 따지는 것 한 가지만 깊이 캐어 들어가도 한약학사(韓藥學史)의 연구 제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導便法 : 諸大便不通 老人虛人不可用藥者 用蜜熬入皂角末小許 捻作錠子 納肛門 卽通’
대변(大便)을 통하게 하는 방법 : 대변불통(大便不通)의 모든 경우에 있어서 노인이나 쇠약한 환자가 설사약(泄瀉藥)을 사용할 수 없을 때 꿀을 고아서 엿처럼 만든 것에 조각(皂角 : 주엽나무 열매) 가루를 조금 섞어 빚어서 정자(錠子 : 항문(肛門)으로 삽입할 수 있게 만든 덩어리이며 요즘은 좌약(坐藥)이라고 한다.)를 만들어 항문(肛門) 속에 집어넣으면 즉시로 대변(大便)이 나오게 된다.
조각(皂角)이라는 약(藥)에는 사포닌(saponin) 성분이 들어 있어 그 자극에 의하여 변(便)이 나오는 것으로 추측된다.
‘大便不通多日 百方不効 令人口含香油 以小竹筒一簡 套入肛門吹油入肛門內 病者自覺其油如蚚蚓漸漸上行 片時下黑糞而安’
오랫동안 대변불통(大便不通)으로 백약이 무효일 때 참기름을 입에 물고 가느다란 대롱을 항문(肛門)에 꽂고 기름을 불어넣어 주면 환자는 참기름이 마치 지렁이가 기어들어가는 것처럼 느끼며 점점 창자 깊숙이 들어가 잠시 후에 검은 대변(大便)이 나오고 편안하게 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저자인 허준(許浚)은 이 방법을 좀 더 개량하여 참기름에 간장을 섞든가 또는 도라지를 참기름에 담갔다가 기름에 간장을 섞으면 더 좋다는 속방(俗方)을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