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貧血)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약재로 당귀(當歸)가 좋다.
1년간의 경사(慶事)와 풍요(豐饒)와 건강(健康)의 기원은 아무래도 입춘(立春)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날이 되면 ‘입춘대길(立春大吉)’이니, ‘건양다경(建陽多慶)’이니 하는 글을 써서 문설주(門楔柱)에 붙였다.
소위 ‘춘첩(春帖)’이라 불리는 것으로, 아직도 싸늘한 겨울바람 속에서나마 봄을 즐겁게 맞이하고 부귀(富貴)와 수복(壽福)을 염원하던 것이다.
문설주(門楔柱)의 춘첩(春帖) 같은 약재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이 총아(葱芽), 산개(山介), 승검초(辛甘草)이다.
그래서 입춘(立春)이면 경기도 포천, 연천 등지에서는 이런 것들을 캐어서 ‘성급한 봄의 전령’으로 대궐에 올리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총아(葱芽)는 무엇일까?
우리말로 움파를 가리킨다.
양귀비(楊貴妃)와 놀아났던 그녀의 양아들 안록산(安祿山)이 바로 이 총아(葱芽)를 배합한 물에 몸을 씻어 항상 젊음을 유지했다는 것만 보아도 총아(葱芽)의 약효가 어떠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럼 산개(山介)는 무엇일까?
바로 눈이 녹는 산 속 양지 녘에 자라는 개자(芥子) 종류의 멧갓이다.
양기(陽氣)를 듬뿍 간직한 약재로 눈도 녹이고 추위도 녹일 정도라고 알면 틀림없다.
그럼 승검초(辛甘草)가 무엇일까?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이것을 당귀(當歸)라고 했다.
그 싹이 어찌나 청초하고 깨끗한지 ‘은비녀 다리 같다.’는 시적 표현으로 칭송되어 왔다.
이것을 캐면서 싸움터에 나간 낭군이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하여 당귀(當歸)라 이름 붙였다는 이 약은, 사실은 기혈(氣血)이 혼란할 때 제자리를 잃은 기혈(氣血)을 각각 제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약리 작용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당귀(當歸)의 약효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당귀(當歸)는 성질이 따뜻하며 독(毒)이 없고 맛이 달고 약간 매우며, 보심(補心), 생혈(生血)한다.
즉, 심장(心臟)기능을 보강하고 혈액(血液) 생성을 촉진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보혈(補血)하는 대표적인 약재라는 것인데, 정말로 그럴까?
물론 맞는 말이다.
당귀(當歸)는 비타민-B12를 비롯해서 엽산류 등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빈혈(貧血)을 예방하는 효과가 실제로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체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혈액순환(血液循環)을 원활하게 하며 응어리를 풀어주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생리(生理)를 조절해주며, 임신(妊娠)을 촉진하고, 임신(妊娠)이 되면 안태(安胎)를 시키는 작용도 한다.
그리고 비타민-E 결핍증을 개선하며, 불면증(不眠症)이나 괜히 무엇에 쫓기는 듯 심장(心臟)이 두근거리면서 정서적으로 불안한 것을 다스려주기도 한다.
까닭에 항상 나른하고 의욕(意慾)이 없으며 무기력(無氣力)할 때, 얼굴이 누렇게 들뜨고 눈이 침침해지며 머리가 무거운 상태로 곧잘 어지러울 때, 손발이 냉(冷)하고 잘 저리며 혹은 신경통(神經痛) 증상이 있을 때, 하복부(下腹部)에 응어리가 있거나 다리에 멍이 잘 들고 탈모증(脫毛症)이 심할 때 당귀(當歸)를 쓰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생리불순(生理不順)이나 생리통(生理痛), 혹은 부정기적 자궁출혈(子宮出血)을 다스릴 수 있으며 임신(妊娠)이 잘 안되거나 곧잘 습관적으로 유산(流産)이 있을 때도 효과가 있다.
물론 히스테리, 노이로제, 자율신경실조증(自律神經失調症) 등에도 당귀(當歸)는 놀랄만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당귀(當歸)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다.
고혈압(高血壓), 저혈압(低血壓)을 가릴 필요도 없을 정도이다.
당귀(當歸)를 술에 담가 우려내어 소량씩 복용하는 방법도 있다.
당귀(當歸)를 1일 10~20g씩 차(茶)로 끓여 마시는 방법도 있다.
대변(大便)이 굳을 때는 양을 늘려 복용하는 것이 좋다.
맛이 비록 달고 맵다고 했지만 끓여 놓으면 약간 쓰면서 쌉쌀하기 때문에 당귀술(當歸酒)이나 당귀차(當歸茶)를 만들 때 감초(甘草)나 대추(大棗)를 함께 배합하면 효과가 더 좋아질 뿐 아니라 맛도 기가 막혀 복용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